「길쌈노래」는 여성들이 길쌈을 하면서 부르는 민요이다. 신라 제2대 유리왕 때 육부의 여자들이 길쌈 내기를 하고 진 편의 여자가 일어나 「회소곡(會蘇曲)」을 불렀다는 『삼국사기』 기록으로 보아 그 연원이 매우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길쌈의 과정에 따라 다양한 노래가 불리는데, 그중 「물레노래」, 「삼삼기노래」, 「베틀노래」가 잘 알려져 있다. 「길쌈노래」는 주로 독창으로 부르기 때문에 사설과 형식이 고정돼 있지 않다.
여성들이 길쌈을 하면서 부르는 노동요로, 여성민요(女性民謠) 중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오랜 시간 일의 지루함을 덜기 위해 부르게 된 「길쌈노래」는 당연히 길게 이어지게 마련이고, 여성 생활을 다른 어떤 노래보다도 자세하게 나타낸다. 「시집살이노래」라고 알려진 것들은 대체로 길쌈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이다.
「길쌈노래」는 베를 짜며 부르는 노래로, 노래 사설이 전해지지는 않지만 베 짜는 것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신화로도 전해지고 있어 그 유래가 매우 오래되었으리라 짐작된다.
선도산 성모(仙桃山聖母)가 비단을 짜서 조복(朝服)을 만들어 신라 사람이 그 신이함을 알았다든가, 남편을 따라 일본에 가 왕후가 된 세오녀(細烏女)가 짠 비단을 가져다가 제사를 지내니 잃었던 해와 달이 빛을 되찾았다든가 하는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전한다. 베를 짜면서 부른 노래도 『삼국사기』에 전하는 바로는, 신라 제2대 유리왕 때 왕녀 둘이 육부의 여자들을 모아 삼을 삼으면서 승부를 겨루었다고 한다. 그런데 진 편의 여자가 일어나 춤을 추며 슬프고 아름다운 소리로 ‘회소회소(會蘇會蘇)’ 하고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이 소리는 여음이 아닌가 여겨지며, 이렇게 해서 생겼다는 「회소곡(會蘇曲)」이 바로 「길쌈노래」일 것이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서 길쌈하는 여성의 지위는 낮아지고, 「길쌈노래」는 더욱 애조를 띠게 되었다. 이는 또한 두레로써 삼을 삼는 풍속이 아주 오래 되었음을 말해주는 자료이다.
「길쌈노래」는 길쌈의 과정에 따라서 나눌 수 있다. 길쌈은 실 뽑기, 실 잣기, 베 날기, 베 매기, 베 짜기 등의 긴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실의 원료로 구분하면 명주 · 삼베 · 무명을 다루는 일이 있다. 그 중에서 명주와 무명은 물레를 이용해서, 삼베는 삼 삼기를 하면서 실을 뽑는다. 베를 짜는 과정은 어느 것이든 베틀을 이용한다. 그래서 「길쌈노래」는 각 과정에 따라 노동에 맞는 노래가 불리지만, 주로 많이 불리는 노래가 「물레노래」, 「삼삼기노래」, 「베틀노래」이다.
노동요의 일반적인 분류를 적용해서 다시 정리한다면, 「물레노래」와 「베틀노래」의 경우에는 노동이 기구를 사용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노래도 기구의 움직임과 박자가 맞아들어가게 되어 있다. 「삼삼기노래」의 경우에는 노동이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이루어지기 때문에 노래의 박자도 그런 데에 매이지 않는 차이점이 있다. 따라서, 「물레노래」와 「베틀노래」는 도리깨를 사용하여 타작을 하면서 부르는 노래와, 「삼삼기노래」는 「모내기노래」와 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물레나 베틀을 사용하면서 하는 노동은 동작이 느린 편이고, 혼자서 하므로 기분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길쌈노래」는 어느 것이든지 형식이 고정되어 있지는 않다. 선후창이나 교환창으로 부르도록 정해져 있는 것도 없다. 물레질은 일정한 동작이 되풀이되기 때문에, 노래를 부르면서 노래의 박자에 맞추어서 손을 움직이면, 동작이 규칙적으로 되어 힘이 덜 들고 흥이 난다. 그런데 물레질은 혼자서 하는 것이 예사이므로, 노래도 부르는 사람 자기만 듣는 푸념이기 일쑤이며 일정한 형식이나 고정된 사설이 없다.
사설은 물레질 자체와 관련된 내용, 일하는 괴로움, 일을 다 해 놓고 딴 짓을 하자는 상상 등을 나타내는 것들로 나눌 수 있다.
물레질 자체와 관련된 내용에는 “일구영덕 이물레야/병이드네 병이드네/기어디서 병이드노/괴머리에 병이드네.” 하면서 물레가 고장이 났다고 하는 말이 흔하다. 그래서 고장이 난 곳을 고친다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속뜻은 고생스럽게 살면서 얻는 마음의 병을 암시하자는 것이다.
일하는 괴로움을 하소연한 노래에는 잠타령이 흔하다.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물레질을 하노라면 “구름겉은(같은) 잠이오네.” 하다가도 시아버지의 기침소리에 놀라 깬다고 하기 일쑤이다. 일을 다 해 놓고 딴 짓을 하자는 데는 뒷집의 김도령이 자기를 기다린다든가 하는 파격적인 내용도 들어 있다.
삼은 여러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 삼을 수 있으며, 그런 기회에 부르는 노래가 흔하다. 이렇게 하는 것을 ‘두레삼’ 또는 ‘둘게삼’이라 한다. 여럿이 모이면 그중에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있다. 삼 삼는 동작은 각자 자기대로 하지만, 노래는 함께 부를 수 있고 같이 즐기며 떠들고 웃을 수도 있다.
「삼삼기노래」에는 삼 삼는 일 자체와 직접 관계되는 내용이 오히려 흔하지 않다. “진보청송 진삼가리 강릉삼척 뻗쳐놓고” 하면서 삼 삼는 동작을 묘사하고 밤을 새워서 야단스럽게 삼은 삼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설을 이따금씩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다.
이보다 더 인기가 있는 것이 「시집살이노래」이고 긴 노래이다. 긴 노래는 서사민요(敍事民謠)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일정한 이야기 줄거리를 지니고 있어서 서정 민요와는 구별되며, 그 내용은 대체로 여주인공이 시집살이로 인해 거듭되는 고난과 좌절을 겪다가 결국 중이 되어 떠나간다든지, 나중에 시집에 돌아왔는데 모든 시집 식구들이 죽어 있다든지 하는 슬픈 사건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슬픈 사연과 어조에도 해학이 있고 풍자가 들어 있다. 시어머니를 ‘시금시금 시어마님’이라 하고, 중이 되기 위하여 머리를 깎는 주인공의 모습을 “팔월이라 원두막에 돌수박이 되었구나.”라고 표현하면서 슬픔에 빠져 들어가지 않는 심리적인 거리를 확보한다. 또한 여성들끼리만 모인 자리이기에 격없이 나눌 수 있는 음담패설에 가까운 내용을 노래로 부르며 마음껏 웃기도 한다.
「베틀노래」는 혼자서 베를 짜면서 베틀의 각 부분을 차례대로 묘사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대체로 천상에서 놀던 선녀가 지하에 내려와 옥난간에 베틀을 놓았다는 상상으로 시작되며, 애써서 베를 다 짜놓고 임이 오기를 기다렸는데, 임이 죽어 칠성판에 뉘여 오더라는 비극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길쌈노래」는 사설이 거의 고정되어 있고, 지역에 따른 변이도 두드러지지 않는다. 내용상으로는 베를 짜서 옷을 만드는 과정을 길게 서술하는 교술적 부분이 중심을 차지하나, 앞부분의 베틀을 놓게 되는 과정과 뒷부분의 옷을 완성한 뒤 임의 죽음을 맞아 탄식하는 과정까지의 일련의 사건이 전개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서사성을 갖추고 있다. 기능을 따지면 본래 여성들이 길쌈을 하면서 부르는 노동요로 보아야 하나, 근대 산업화가 이루어지면서 근래에는 베 짜는 일에 한정되지 않고 남자들도 부르게 되면서 유희요처럼 불리는 경향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