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면순』은 송세림(宋世琳, 1479~1519)이 지었다. 그는 1502년에 문과에서 장원 급제하여 사헌부 감찰을 역임하는 등 앞날이 기대되는 인물이었지만, 1504년의 갑자사화와 모친의 사망, 1506년 부친의 사망으로 세상에 대한 뜻을 접고 스스로 호(號)를 취은(醉隱)으로 정했다. 1515년에 능성 현령으로 있다가 1519년에 사망하였다. 『어면순』의 편찬 시기는 그의 동생 송세형(宋世珩, ?~1553)이 쓴 서문을 근거로 추정할 수 있는데, 송세림이 호를 취은(醉隱)으로 쓰면서 『어면순』을 편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략 1510년 전후로 보인다.
『어면순』의 이본은 총5종이 전하며 유인본(油印本), 동양문고본, 고려대본, 송신용(宋申用) 교열본, 유재영 복사본이 있다. 이본마다 수록된 작품 수를 달리 쓰고 있지만 82화가 맞다. 그중 선본(善本)은 유인본인데, 그 원본의 소장처는 확인되지 않는다. 유인본이라 함은 1958년에 민속학자료간행회에서 간행한 『 고금소총』 수재본(收載本)을 말하는데, 여기에 수록된 『어면순』에는 송세형의 서문과 정사룡(鄭士龍)의 발문이 실려 있다.
『어면순』은 ‘졸음을 막는 방패’라는 뜻이다. 책은 2권 1책으로 되어 있다. 상권에는 20편, 하권에는 62편, 도합 82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상권에는 논평을 달았지만, 하권에는 논평 없이 작품만 수록하였다.
성적인 이야기가 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82편 중 35편이 성 소화(笑話)에 해당한다. 성 소화는 단순히 쾌락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성 담론을 말초적이며 소비적인 행태가 아니라 가장 고통스러운 인간의 내면을 웃음으로 표출시킨 하나의 행위로 볼 수도 있다. 송세림은 성과 궤변으로써 『어면순』을 통해 자신의 분울함을 담아내었다.
비슷한 맥락으로 「모로쇠전(毛老金傳)」을 참고할 수 있다. 실제 「모로쇠전(毛老金傳)」과 같은 작품은 “모로쇠라는 자는 거시기 고을 사람이다. 눈이 없어도 가을 터럭까지 볼 수 있으며, 귀가 없어도 개미들의 다투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고, 코는 비록 막혀 있지만 달고 신 것을 맡을 수 있고, 입은 비록 닫혀 있지만 물길이 천리를 가는 것처럼 말을 잘하였다.”라는 식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역설과 반어를 되풀이한다. 이는 모순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찬자의 처지를 비유적으로 담아낸 것이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