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한(金廷漢)이 지은 단편소설. 1970년 4월 ≪월간문학≫에 발표되었다. 김정한의 문학세계는 특별한 소설문학적인 국면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대신에 현실을 보는 자로서의 대담한 정직성과 고발적인 즉물성을 중시한다. 이 작품은 나환자 수용소를 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음성 나병 환자의 수용소인 자유원(自由園) 원장 박성일의 비행을 보다 못해 우중신 노인을 비롯한 나환자 200여 명이 박 원장의 부정사실을 낱낱이 폭로한 진정서를 당국에 내어 그의 처벌을 호소함으로써 문제는 야기된다.
박 원장은 구호사업이란 이름으로 외국의 구호물자를 대량 착복하여 수억대를 치부한 위선자였다. 그러한 박 원장은 ‘희망원’의 부랑아들을 사수하여 나병 환자들에게 집단 폭행을 가한다.
그러나 도리어 우 노인 일행이 경찰서에 구금되어 있다가 젊은 경찰관으로부터 훈계를 받고 나와 ‘자유원’이라는 국립나환자 수용소에 감금되는 몸이 된다. 우 노인은 일찍이 독립운동에 투신하여 고군분투하는 삶을 걸어 왔지만 나병에 걸려 세도가의 행패에 몰리게 된 것이다.
박 원장의 비인도적인 처사에서 가까스로 풀려난 우 노인 일행은 정치지배를 받지 않는 새로운 공화국 ‘인간단지’를 건설한다. 이 어지러운 사회의 온갖 핍박에서 해방되기 위해서 우 노인은 모세처럼 외친다. ‘인간 단지! 그기 덜 좋다거든 문딩이 공화국이라 캐라! 문딩이도 인간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이 음성환자들의 설 땅은 아무 데도 없었다. 그들을 저주하는 부락민들과 관(官)에서 이 인간단지를 파괴하러 온 것이다. 인제 그들의 머리 속에는 조국이니 동포니 하는 생각은 요만큼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반인간적, 반사회적, 반민족적 상황에 대한 문학적 저항의 압권이라 할 이 작품은 부정을 고발한 대표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