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에는 특히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관습이 전해왔다. 정초에는 남의 집에 가서 유숙하지 않도록 되어 있지만, 특히 인일(人日)에는 밖에서 잠을 자지 않았다. 충청북도에서는 이날 객이 와서 묵고 가면 그해는 연중 불운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부득이 객이 와서 묵게 될 때에는, 주인과 객이 머리를 반대로 두고 거꾸로 자야만 액운을 막을 수가 있다고 한다. 『동국세시기』의 인일(人日)에 대한 기록에 의하면, 작고 둥근 거울모양에 자루가 달리고 뒤에 신선이 새겨져 있는 동인승(銅人勝 : 거울 모양의 머리 꾸미개)을 각신(閣臣)들에게 나누어주었으며, 또 과거를 실시하였다고 한다.
이 과거를 인일제(人日製)라 하여, 태학(太學)의 식당(食堂)에 참석한 지 30일이 되어 원점(圓點 : 시험 볼 자격 출석점)을 얻은 유생들에게 시험을 보도록 하였다고 한다. 성균관과 문묘에서 시행하기도 하고, 대궐 안에서 임금이 친히 시험하기도 하였으며, 지방의 유생도 불러 함께 보이기도 하였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도 비슷한 기록이 있다. 이 인일(人日)의 관습은 상대 중국의 세시기들에도 보이는 것으로, 그 유래가 오랜 것이다. 한편, 전북특별자치도 지방에서는 간지가 신(申)인 날을 원숭이날이라고 부르지 않고 보통 사람날이라고 하여 쉬었다고 한다.
즉, “오늘은 사람 날이니까.” 하며 일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특별한 행사나 금기는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경상북도 지방에서의 인일(人日)은 사람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며 질병을 예방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날이다.
전라남도 지방에서는 정월 상인일(上寅日)에 일을 하지 않고 노는데, 이날을 사람날이라고도 한다. ‘인(寅)’과 ‘인(人)’은 그 음이 같기 때문이다. 또한, 옛날부터 인(寅)날에 일을 하면 호랑이가 나타난다고 하였다고도 한다.
경상남도 지방에서는 칠인팔곡(七人八穀)이라 하여 정월 초이렛날은 사람날이라고 하고 초여드렛날을 곡식날이라 한다. 이 지방에서도 인일에는 일하지 않고 놀며 ‘바느질하면 생손 앓는다.’, ‘칼질(혹은 연장질)하면 다친다.’는 금기가 전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