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蔡萬植)의 장막 희곡.
1937년 11월 ≪조광 朝光≫에 발표되었다. 식민지 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한 소설가로서 채만식을 꼽지만, 그는 희곡을 가장 많이 남긴 소설가이기도 하다. 30여 편의 희곡 중 장막극은 몇 개 안 되지만 그 중의 대표적 희곡으로 꼽힐만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 작품은 우선 그의 대표소설로 꼽히는 <태평천하 太平天下>와 여러 면에서 비슷한 점을 지녔다는 점에서도 흥미를 끌 만하다. 왜냐하면 이 희곡도 <태평천하>와 같이 한말세대·개화세대·식민지세대 등 3대를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19세기 말에서부터 1930년대까지 온갖 수난을 다 겪은 할머니가 식민지세대라 할 손자에게 남편 제삿날 밤에 마주앉아 지난 일을 회상하면서 이야기해가는 형태로 엮었다. 따라서 시대배경은 1894년 동학운동 때와 3·1운동 때인 1919년, 그리고 당시대인 1936년으로 되어 있다.
소지주였던 한말세대 할아버지[金成培]는 부패한 정권과 외세에 항거한 동학혁명군의 접주(接主)로 활약한다. 그러나 동학군의 패퇴와 함께 관군에 의해 공개처형당한다.
그리고 그 동학군의 2세(金成培의 아들 英洙)는 아버지의 가업을 잇다가 기미년 3·1운동 때 항일투쟁에 뛰어들어 민족독립을 위하여 활약한다. 그러나 그 역시 국내에서 관헌에 쫓기다가 중국으로 망명하게 된다.
중국 망명지에서 그는 독립운동자금 조달을 위해 고향의 전답을 모두 팔아감으로써 집안은 폐가가 될 정도로 몰락하고 만다. 따라서, 3대가 되는 망명가의 아들은 열악한 가정형편 때문에 동경유학생활도 고학으로 지탱한다.
그 때 이 청년은 사회주의에 기울게 되고 사회주의만이 독립쟁취의 가장 이상적인 정치이데올로기인 것으로 믿게 된다는 내용이다.
작가 자신이 그의 대표소설 <태평천하>에서도 분명히 밝혔듯이 제3대를 사회주의신봉자로 만들었다는 것은 주목할만한 사실인데, 이는 아무래도 채만식의 세계관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식민지시대 지식인들의 한 경향으로서도 파악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