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우 초월적 존재에는 신·영혼 등이 포함될 수 있고, 숭배의 대상인 사물에는 물질적 객체가 포함될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자연적 대상이 압도적으로 우세한 것은 사실이나, 인공적 소산물이 전적으로 배제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어떠한 사물이 주물이 될 수 있는 자질은 ① 자연숭배, ② 애니미즘(animism), ③ 마나신앙(mana信仰) 등에 의하여 결정된다. 이 세 가지 자질은 주물숭배의 이데올로기적인 원론에 의지하여 있는 것이다.
가령, 해·달·대지·바다·바람 등을 ‘거대한 주물’이라 부를 때 이 사물들은 자연신앙과 맺어짐으로써 주물의 자질을 갖추게 된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 나라의 민속신앙 현장에서는 일월성신 이외에 바람·강·산·샘 등을 보기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할 때, 이들은 해님·달님과 같이 의인화되거나 바람신·산신 등과 같이 자연신격을 갖추게도 되는 것이다. 주물숭배의 원리로서 애니미즘을 자연숭배와 완전히 별개로 삼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자연숭배에도 애니미즘이 끼쳐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연대상 가운데 나무·바위·돌·물 등과 같은 ‘작은 주물’을 대상으로 할 때, 이들 사물이 주물화할 수 있는 자질로 애니미즘은 보다 더 적절히 제한된 효용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산할미·물할미·산신·수신 등의 개념이 실존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들 주물이 사물의 의인화나 신격화와 전혀 무관하지 않음을 지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같이 자연숭배 및 애니미즘과 맺어진 주물들의 경우, 그 이데올로기적 바탕에 사물의 의인화 및 신격화를 가정하여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이들 두 원리를 앞에 제시한 세 가지 원리에 덧붙여볼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게 되는 것이다. 마나신앙이라고 할 때, 마나는 초자연적인 주술적인 힘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황토·운석(隕石)·곡식낟알과 같은 자연사물, 뼈(짐승 및 사람)·이〔齒牙〕·피·머리카락·침〔唾液〕과 같은 인체에 딸린 것, 소금·빗·부적 및 줄다리기에 쓰인 줄 도막 등과 같은 인공사물들이 주물화할 수 있는 원리를 설명할 때 가장 유효적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경우, 신령이나 인격 등의 개념은 개입될 여지가 아주 없거나 혹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들 ‘극소주물’의 경우는 그 쓰임새가 이른바 ‘흑주술’에 치우쳐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게 된다.
흑주술이란 남을 해칠 목적으로 사용되는 주술이다. 우리 민속 현장에서는 지방에 따라 ‘양밥’이라 일컬어지기도 하였다.
이 같은 세 범주의 ‘극소주물’들은 쉽게 몸에 지니거나 찰 수 있어서 호신용이라는 기능을 지니게 되는 것이지만, 그것들이 주물화하는 데에는 ① 겉모양, ② 접촉의 원칙이 작용을 끼치게 된다. 겉모양은 범상하지 않을수록 주물성을 높이게 된다. 이것을 주물의 겉모양의 이상함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접촉의 원칙이란 주물화된 사물이 워낙 소속, 접촉되어 있던 객체에게서 그 초자연적 힘을 얻어오는 것을 의미한다.
운석에서는 하늘과의 접촉이, 이나 침은 사람과의 접촉이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워낙 사람의 생기나 그 밖의 힘이 주물에 구체화되는 심리적 과정을 가정하여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극소주물들의 실제 쓰임새는 주물이 딸린 종교·주술적 맥락과 현실적인 심리욕구의 맥락 사이의 구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 후자는 종교적·주술적 동기 없이 한 사물이 주물화되는 맥락을 의미한다.
이 때 주물은 이미 이상심리 혹은 도착된 욕구와 맺어지게 되는 것이다. 가령, 사랑하는 여인의 손수건·속옷조각 따위로 사랑의 욕구의 대상행위를 행할 때, 이들 주물은 종교·주술적인 맥락을 떠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