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설화(呪寶說話)는 신이담(神異譚)에 속하며 '주보담'으로도 불려진다. 이 설화는 인물이 획득한 주보(呪寶)의 종류와 기능에 따라서 유형을 분류할 수 있다.
① 화수분 얻기: 어떤 사람이 선행의 결과 혹은 우연히 신통한 물건을 얻고, 그 물건에서 음식, 돈, 쌀 등 소원하는 것이 끝없이 나온다. 각편에 따라서는 인물이 화수분에만 의지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 한낱 돌멩이로 변하기도 하고, 형제간에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투면 그 기능이 소멸되기도 한다. 구전 설화에서의 화수분은 무한정 소금을 내는 ‘맷돌’, 무엇이든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 매일 일정 양의 쌀이 나오는 ‘바위’, 하루에 일정한 금액의 돈이 나오는 ‘병풍’, 물에 담그기만 하면 맹물이 술이 되는 '주천석(酒泉石)', 돈을 누는 ‘당나귀’, 저절로 끓는 ‘가마솥’, 용이 준 ‘여의주’ 등으로 다양하다. 문헌 설화에서도 화수분이 등장하는데, 오금 화로, 올공금(丌孔金), 뼛속의 붉은 구슬, 흔들면 금은이 가득차는 바가지 등이 있다.
② 구슬(여의주) 얻기: 어떤 사람이 주보로 구슬 및 여의주를 얻는다. 세 편의 설화를 소개한다.
어떤 여인이 남편을 죽이려는 이무기에게 살 방도를 요구하고 필요한 물건이 무한하게 나오는 구슬을 받는다. 이무기가 여인에게 구슬에서 나오는 내용물들을 알려주는데 마지막 하나만 비밀로 한다. 여인이 이무기에게 마지막 내용물을 알아낸 뒤 이무기를 죽이고 남편을 구한다. 이 설화의 주보인 구슬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다 오게 하는 기능이 있지만 다른 설화의 주보에는 없는 미운 존재를 살해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어떤 영감이 낚시해서 잡은 잉어를 살려주고 받은 구슬로 부자가 된다. 심술 고약한 사람이 노부부의 구슬을 훔쳐 가서 노부부는 다시 가난해진다. 노부부가 집에서 키우는 개와 고양이가 구슬을 찾아서 돌아오다가 실수로 입에 물고 있던 구슬을 강물에 빠뜨린다. 고양이가 잡은 물고기에서 구슬을 찾아 주인에게 돌려주고 사랑을 독차지한다. 이후 개와 고양이 사이가 나빠졌다. 「개와 고양이의 구슬 찾기」 설화는 개와 고양이의 사이가 나빠진 연유를 설명하는 유래담, 기원담 성격을 함께 지니며, 관북 무가 「궁상이굿」에도 삽입되어 있어서 굿과 설화의 상호 텍스트적 상관성을 비교할 수 있다.
여우나 구렁이가 산 고개 호젓한 곳에서 서당 아이나 총각에게 구슬을 입속에 넣어 주었다가 다시 자기 입에 넣는 방식으로 사람의 혼을 빼앗아 가려고 시도한다. 훈장이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채고 아이에게 여우가 구슬을 주면 반드시 삼키고 난 뒤 하늘을 보라고 한다. 아이는 구슬을 삼켰으나 마지막에 땅을 봐서 유능한 지관이 되기도 하고 하늘과 땅을 봐서 천문지리에 능통한 학자가 되기도 한다. 「여우구슬설화」 는 인물이 다닌 장소와 결합하여 지명전설로 전해지기도 하고 실존했던 유명한 풍수나 학자와 결합하여 인물전설로 전해지기도 한다. 이 설화에서 주보인 구슬은 사람의 미래를 결정한다.
③ 금척 얻기: 왕이나 머슴이 주보인 금척을 얻는다.
박혁거세가 꿈에 신인으로부터 왕의 증표이자 병을 치유하는 금척을 받는다. 왕이 보물로 소중히 보관하여 후대에 전한다. 중국에서 사신을 보내 금척을 보여 달라고 하자 왕이 금척을 빼앗길까 염려하여 삼십여 기의 작은 무덤을 만들어 어느 한 무덤에 묻었다. 금척이 묻힌 무덤을 금척릉, 무덤이 있는 마을을 금척리라고 부른다. 「금척전설」에서 주보인 금척은 인세의 통치권을 부여받은 통치자의 징표로 신인이 내려 준다. 금척은 법과 제도로 사회 정의를 실현시키고, 백성의 질병을 치유한다. 그리고 그 기능은 공동체를 유지하고 공동체 구성원을 살리는 데에 쓰인다.
조실부모한 한 머슴이 잠을 자다가 대길몽을 꾼다. 머슴은 주인, 원님, 감사, 임금처럼 점점 높은 관리에게 꿈을 들려주겠다고 했지만 임금 앞에서도 말하지 않아서 감옥에 갇힌다. 머슴이 감옥에서 사람 살리는 자를 얻어 나라의 공주를 살려 부마가 되었고, 호랑이에게서 받은 환생포와 금척으로 중국 공주도 살려서 두 공주와 함께 산다. 「대길몽 설화」 에서 금척은 「금척전설」의 법과 제도로서의 기능은 사라지고 치병적 기능만 남아 있다. 그리고 「금척전설」과는 달리 주인공 개인의 성공을 위해 쓰인다.
④ 기타 사물 얻기와 사용하기: 샘물, 바위 등의 자연물과 책과 같은 인공물이 신비한 기능을 하고 내용물을 제공한다.
미혈 설화(米穴說話) 「쌀 나오는 바위」에서는 어느 바위에서 하루에 한 사람만 먹을 만큼의 쌀이 나온다. 여러 이유로 쌀이 더 나오게 하려고 바위를 쑤셨더니 피가 튀면서 쌀이 끊겼다. 「쌀 나오는 바위」 설화는 쌀 바위 대신 나무로 변이되어 전해지기도 한다. 쌀 바위는 대체로 절 인근에 있고, 그 쌀을 받는 대상은 승려인 경우가 많다. 욕심을 부리면 주보의 기능이 상실되는 것이 특징이다.
신비한 물이 주보로 등장하는 설화가 있는데, 그 물의 효능은 인물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조력물로서의 기능을 한다. 마시면 힘이 세지는 장군수는 도적에게 납치된 아내를 구하러 온 남편이 힘이 부족할 때 마시고 힘을 길러 도적을 퇴치하게 돕는다. 장군수의 기능이 상실되는 경우도 있는데 마신 사람이 힘을 나쁘게 쓴 결과 말라 버리거나, 천민 신분의 사람이 마셔서 부정이 타는 바람에 말라 버리거나 사라진다. 「눈 뽑힌 동생 설화」에 등장하는 샘물은 병을 치료하는 기능이 있어서 형의 탐욕으로 실명한 동생의 눈을 고쳐준다.
「효자 호랑이」 혹은 「황팔도」로 알려진 전설에서는 호랑이로 둔갑시켜 주는 주문이 적힌 서책이 주보로 등장한다.
주보설화에서 주보는 사용자가 남용 혹은 악용하거나 부정을 타면 행방이 묘연해져서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게 된다. 주보설화는 많은 재물 축적, 치병에 대한 인간의 기대와 소망이 투영되어 있고 동시에 과도한 물욕과 탐욕에 대한 경계의 의미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