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야담』은 풍부한 내용과 자세한 세태묘사가 특징인 조선 후기의 한문 야담집이다. 19세기 중엽에 이루어졌으며 현재까지 알려진 이본은 15여 종이다. 『계서야담』, 『동야휘집』 등 조선 후기 야담집과 함께 비교 언급된다. 『청구야담』에는 『계서야담』 속 80여 편의 자료가 거의 원문 그대로 재수록되었다. 『동야휘집』과 비교해 보면 수록 편수도 비슷하고 내용도 상당히 중복된다. 『청구야담』은 하층민들의 사회적 갈등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세태묘사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어 소설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도록 하였다.
그 내용과 체재가 비슷한 책들 가운데 내용이 비교적 충실한 점과, 그 발췌본으로으로 추정되는 『해동야서(海東野書)』의 필사연대가 1864년(고종 1)인 점으로 미루어 보아 19세기 중엽 전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본 15여 종 가운데 중요한 것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규장각 국역본 : 19책. 7언 또는 8언의 화제(話題)를 음만 한글로 바꾸어 놓았고, 문체가 번역투이며, 세주(細注)가 붙어 있는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한문본의 직역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편차는 한문본의 어느 것과도 같지 않다. 수록된 자료의 총수는 262편으로, 이 중 다른 본에 전연 나타나지 않는 자료는 1편뿐이다. 당초에는 전 20책이었으나 제20책이 낙질되어 현재는 19책만 전한다. 각 권에 수록된 자료의 숫자로 보아 만약 20책이 다 전한다면 총 자료 수가 275편 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② 일본 도요문고본(東洋文庫本) : 8권 8책. 모두 266편의 자료가 수록되어 있는데, 다른 본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다른 본의 수록 자료와 견주어 보면 결본일 가능성이 짙다.
③ 국립중앙도서관본 : 6권 6책. 책의 크기나 지질이 일정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원래 결책이던 것을 보책(補冊)한 것으로 보인다. 수록 자료 총 181편 중 이 책에만 있는 것은 2편이다.
④ 서울대학교 고도서본 : 5권 5책. 국립중앙도서관본보다 책 수가 적으나 수록 편수는 더 많아 217편이나 되는데, 이는 자료를 축약한 탓이다. 권수의 표시가 표지에는 ‘인(仁) · 의(義) · 예(禮) · 지(智) · 신(信)’으로 되어 있고, 속에는 ‘권지일(卷之一)’ 식으로 되어 있다. 총 217편 중 이 본에만 있는 것은 7편이다.
그 밖에 미국 버클리대학 극동도서관 소장본은 10권 10책으로, 현재까지 확인된 『청구야담』 중에서 가장 내용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구야담』소재자료 중 30여 편 이상이 1세기 이전의 문헌인 『학산한언(鶴山閑言)』과 중복되고 있다.
『청구야담』의 발췌본으로 보이는 『해동야서』에는 총 48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내용은 물론 제목까지 완전히 동일하다. 『계서야담(溪西野談)』과 『청구야담』의 상호 영향관계는 명확하여 양자 사이에는 공통된 자료가 80여 편이나 될 뿐만 아니라, 『계서야담』의 원문이 거의 그대로 『청구야담』에 재수록되어 있다.
반면 『청구야담』과 『동야휘집(東野彙輯)』의 선후관계는 명확하지 못하다. 양자 모두 본격적인 야담집으로서의 체재를 갖추고 있고, 수록 편수도 비슷하며, 더구나 그 내용까지 상당히 중복되고 있다. 다만 『동야휘집』은 자료 분류를 하고 있는 점이라든지, 한 인물에 대한 여러 삽화를 하나의 제목 아래로 통합시키고 있는 점 등으로 보아, 『청구야담』이 『동야휘집』보다 먼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양자를 검토해 보면, 전반적으로 『청구야담』의 무명 인물이 『동야휘집』에서는 유명 인물화함을 알 수 있다.
『청구야담』은 여러 야담집 중에서 내용이 풍부하고, 세태 묘사가 자세한 것을 특징으로 삼는다. 『계서야담』에서는 아직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사대부들의 간단한 일화는 채택하지 않은 대신, 사대부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라도 행동 양상과 사건 설정이 하층민의 생활을 다룬 것들과 그리 다르지 않게 엮었다.
하층민들이 겪는 사회적 갈등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세태 묘사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를 통해 야담이 소설에 가까운 경지에 이르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