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지는 주로 초본식물로 덮인 토지로 산림·경지 등과 대응되는 용어이다. 초지는 여러 종류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자연적으로 초본식물이 우점(優點)하고 있는 초지를 야초지(野草地) 또는 자연초지라고 한다. 또 인간이 개량한 목초를 재배하여 목초가 우점하고 있는 초지를 목초지(牧草地) 또는 인공초지라고 부른다. 목초지는 다시 이용방법에 따라 방목지·채초지·겸용초지 등으로 나뉜다.
초원이란 초본식물이 우점하고 있는 식물군락으로 유목(幼木)이나 관목이 섞여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화본과(禾本科) 식물이 우점종인 초원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초원이라고 하면 화본과초원을 말한다.
초원은 산림이 형성될 수 없는 고산대(高山帶)나 극지(極地)와 같은 저온지, 과습한 습원(濕原), 강수량이 적은 건조지 등에 형성된다. 그러나 인공적으로 또는 반인공적으로 이루어진 목초지도 대단히 넓다.
산림이 벌채된 뒤 식목(植木)을 하더라도 천이(遷移)를 겪는 불안정한 식물군락은 곳곳에 형성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초지가 조성되면 상당 기간 안정성을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산림과 초지의 현존량(現存量)은 지역이나 환경에 따라 다르나 물질 생산력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리나라의 토지이용 현황을 살펴보면, 2007년 말을 기준으로 전 국토의 약 64%가 산림, 약 17.9%가 농지, 약 18.1%가 초지를 포함한 기타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초지가 그대로 방치되면, 시간의 장단은 있으나 관목림을 거쳐 산림으로 천이하여 마침내 참나무림으로 발달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야초지는 대부분 산림으로 천이하여 가는 중간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연상태의 초원은 고산대(高山帶)나 바닷물이 드나드는 간석지(干潟地)에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백두산·관모봉·낭림산 등에서는 해발 2,200m 이상에서 초원이 나타난다. 한라산은 1,500m 이상, 지리산과 태백산은 1,300m 이상, 설악산은 1,060m 이상에서 교목림과 관목림의 군락이 산재하며, 소규모 초원도 볼 수 있다.
벌목지(伐木地)·산화적지(山火蹟地)·유휴지(遊休地) 등에는 일시적으로 인간의 간섭에 의하여 초지가 형성되며, 새·억새·솔새·개솔새 등의 화본과 식물이 우세하게 나타난다. 산림 속이라도 나무가 빈약한 곳에는 임간초지(林間草地)가 형성되는데, 상록수림보다는 낙엽수림에서 잘 발달한다. 강·저수지·수로·하천·습지 등 물이 드나드는 곳에는 갈대·줄·여뀌·고마리 등이 우점종을 이루고 있는 작은 초지를 볼 수 있다.
한편 간석지에는 퉁퉁마디·나문재·수송나물·해송나물 등 각종 염생식물(鹽生植物)이 정착한다. 또 사리 때에만 바닷물이 들어올 정도로 갯벌이 높아지면 염생식물이 밀생하게 되는데, 이러한 간석지를 염생습지(鹽生濕地)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사바나(savanna)·스텝(steppe)·프레리(prairie) 등과 같은 대초원이 형성될 수 없기 때문에 목축업이 활발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목축업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산에서 자라고 있는 칡·새 등을 이용하는 마정(馬政)과 우경(牛耕)에서 출발한다.
우리 조상들은 여름에는 논·밭둑과 하천변 등에서 바랭이·갈대·달·새 등의 꼴을 베어 소와 말에게 먹였고, 겨울에는 볏짚·조짚·콩깍지·겨·콩 등으로 여물을 끓여 소와 말을 길렀다.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어 소와 말이 고기나 우유의 공급원으로 점차 중요해지자 지리산·대관령·제주도 등지에서 산림을 벌채하여 목초지를 조성하고, 대규모 목장을 운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