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의이씨(全義李氏). 이름은 정원(挺元)·승조(承祖). 자는 윤부(胤夫), 호는 운홍(雲鴻)·운학(雲鶴)·편운자. 인제 현고촌(玄高村) 출신. 어머니는 신평이씨(新平李氏)이다.
16세에 신선을 동경하는 뜻이 있어 벼슬을 구하지 않고 오직 궁리와 격물 공부에 전념하였다. 1575년(선조 8) 여름, 집앞 정자나무 아래에서 ≪주역≫을 읽고 있는데, 홀연 우바새(優婆塞)가 나타나 오래도록 글 읽는 것을 듣다가, “그대는 도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이 책을 가지고 산에 들어가면 좋은 벗이 생길 것이다.” 하며 소매 속에서 책 한권을 내주었다.
그 뒤 담정산(澹定山)에 들어가 살았는데, 1582년 약을 팔려고 금장강(錦障江)가에 나갔다가 한 기인을 만나 기린대(麒麟臺)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약속한 날 기린대에 가니 일곱 선인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금선자(金蟬子)·채하자(彩霞子)·취굴자(翠窟子)·아예자(鵝蕊子)·계엽자(桂葉子)·화오자(花塢子)·벽락자(碧落子)라는 도호만을 말하고 이름은 알려주지 않았다. 그들을 따라 청학동으로 가서 청학상인(靑鶴上人)의 제자가 되었으며, 청학상인이 대란산(大蘭山)으로 들어간 뒤에는 조현지(曺玄志)를 따라 덕유산에 들어가서 약을 캐고 신을 삼으며 살았다. 뒤에 지리산과 금강산을 두루 돌아다녔고, 시를 잘해서 명산바위에 많은 시를 남겨 지금까지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