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1986년 삼영사(三英社)에서 간행된 것으로, 6편으로 나뉘어 한국사를 사회발전사적 시각에서 서술하였다.
본서는 왕조별(王朝別)이나 정치지배자 위주의 시대구분을 떠나, 한국사 내부의 자율적 발전이라는 입장에서 원시(原始) · 고대(古代) · 중세(中世) · 근세(近世) · 근대(近代) · 현대(現代)로 편성되어 있다.
즉 원시사회는 석기시대와 청동기문화 · 군장사회(군장사회)를, 고대사회는 초기국가, 고대국가, 남북국가 및 신라후기의 사회변동을 표제로 하였다. 중세사회는 문벌귀족사회(門閥貴族社會)의 형성과 발전, 무신란과 무신정권, 고려후기의 사회변동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근세사회는 양반관료(兩班官僚) 사회의 성립과 발전, 사림정치(士林政治)와 대외항쟁, 양반체제의 개편 및 조선 후기의 사회 · 사상의 새 기운으로 구성되어 있다. 근대사회는 근대화의 추진, 제국주의침략과 국권수호운동(國權守護運動), 국권회복운동의 전개로 나누었고, 현대사회는 대한민국의 성립과 발전으로 나누어 서술하였다.
이 책의 특징은 우선 고려=중세, 조선=근세라는 입장에서 두 왕조의 발전적 구분을 강조한데 있다. 다음으로는 종래의 부족국가, 부족연맹사회라는 명칭을 군장사회와 초기국가로 바꾸어 서비스(E.R.Service)의 치프덤(Chiefdom)이론을 수용해 상고시대의 역사를 재조명했다는 점이다.
셋째는 당쟁을 사림들의 붕당정치라는 긍정적인 입장으로 간주하면서 그 실상을 파악해보려 했다는 사실이다. 끝으로 참고문헌을 매 쪽마다 하단에 첨가함으로서 새로운 연구경향을 엿볼 수 있게 함으로써 심도있는 한국사연구의 안내서가 될 수 있게 했다는 점 등이다.
저자는 1989년에 개정판(改訂版)을 다시 출간하였다. 여기서는 200여개의 새로운 연구성과 및 참고문헌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기존의 학설을 대폭수정하고 있다. 즉 구석기시대의 상한연대가 더욱 소급되었고, 고조선의 초기중심지가 요령지방에서 점차 대동강유역으로 이동되었음을 추가하였다.
한군현(漢郡縣)의 위치와 신라와 발해관계를 일부 바꾸었으며, 고려시대의 결부제(結負制)나 역참, 조운제도를 보충하였다. 또한 조선 후기의 정치 · 사회 · 경제문제를 대폭 보강했고, 북한의 정치변동과 대한민국의 변천과정을 상세히 첨가해 현대사회 이해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
역사는 흔히 지배세력에 의해서 주도되기 때문에 그 저술도 정치담당계층을 중심으로 이룩된다. 이러한 경향은 역사서술의 기본방향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그 사회구성원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기층사회(基層社會)의 진면을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본서는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켰다고는 할 수 없으나, 어느 정도 그러한 방향에서 사회와 문화를 보려는 입장을 내세웠으며, 저자의 일관된 사관(史觀)으로 한국사 개설의 수준을 한층 높여 주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