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79장. 필사본. 조선 후기의 문장가 정두경(鄭斗卿)의 시가 초록되어 실려 있는 것으로 보면 그 성립연대는 적어도 18세기 이후로 판단된다.
『해동시선』의 내용은 크게 네 부분으로 대별해 볼 수 있다. 송도회고시(松都懷古詩)라고 할 수 있는 일군의 시작품과 최립(崔笠) 및 정두경의 시초(詩抄)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마지막으로 병자호란 당시 삼학사의 한 사람인 오달제(吳達濟)의 시에 차운한 죽원거사(竹園居士)의 시가 실려 있다.
송도회고시는 고려의 옛 도읍지였던 송도의 여러 풍경을 읊은 시들이다. 그 내용은 송악(松嶽)·진봉산(進鳳山)·천마산(天磨山)·자하동(紫霞洞)·동교(東郊)·예성강(禮成江)·벽란도(碧瀾渡)·용화지(龍化池)·역암(櫪巖)·석전(釋奠)·태평관(太平館)·팔각전(八角殿)·만월대(滿月臺)·양화루(陽和樓)·연복정(延福亭) 등이다. 고려의 주요문인인 이규보(李奎報)·곽예(郭預)·이제현(李齊賢)·이색(李穡)·이숭인(李崇仁) 등의 작품이 두드러진다.
『해동시선』의 ‘최간이집초발(崔簡易集抄拔)’이라는 제목 아래에 최립의 시가 205수 실려 있다. 최립이 송도에 살았고, 당시에 송도삼절의 하나로 불렸다는 점으로 미루어 보면 이 시선집에 가려 뽑은 최립의 작품은 앞에 실린 송도회고시와 상당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동시선』의 ‘정동명집초(鄭東溟集抄)’라는 제목 아래에 실린 정두경의 시 230수도 송도회고시의 맥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듯하다.
『해동시선』은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송도라는 지역적 특성을 배경으로 12세기에서 17세기에 이르는 주요시인의 작품을 가려 뽑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고려시대 시문학의 양상을 살피는 데에 있어 커다란 도움을 주는 자료이다. 현재 유일본이 고려대학교 도서관도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