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필사본. 홍만종(洪萬宗)의 『시화총림(詩話叢林)』 및 임렴(任廉)의 『양파담원(暘葩談苑)』에 그 전문이 수록되어 있다. 『시화총림』 발문에서 임경은 이 『현호쇄담』이 속되고 거칠어서 족히 취할 만한 게 없다고 겸사하였다. 시화에 더불어 시이론을 개진하고 있는 시비평서라 할 수 있다.
『현호쇄담』은 모두 37편의 시화를 담고 있다. 심정(沈貞)·이행(李荇)·신광한(申光漢)·차천로(車天輅)·정두경(鄭斗卿)·허목(許穆)·박세당(朴世堂)·임영(林泳) 등의 시에 관하여 언급하였다. 『현호쇄담』의 맨 처음 글에서 임경은 시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먼저 “나귀 등에서 봄잠이 들어 청산을 꿈속에서 거닐었네. 깨어나서야 비가 내리고 지나간 것을 알았으니 시냇물에 새로운 소리가 들린다(驢背春眠穩 靑山夢裡行 覺來知雨過 溪水有新聲).”라는 시가 이치에 맞지 않음을 비판하였다.
비가 내리고 물소리가 나는 것은 비가 세게 온 것이므로 나귀 등에서 꿈을 꾼 것은 이치에 닿지 않다고 하였다. 맹호연(孟浩然)의 오언절구 「춘효(春曉)」는 의취(意趣)가 참되고 적합하여 그대로 운격(韻格)을 이루고 있으므로 마땅히 시는 이와 같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임경은 시인들이 격률(格律)에만 힘쓰느라 의취를 잃는 것을 염려하였다. 의취란 이(理)에 속하고 격은 기(氣)에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가 주(主)가 되고 기가 종(從)이 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현호쇄담』은 시비평에 관한 이야기 외에 시에 얽힌 한담(閑談)도 곁들이고 있다.
임진왜란 때에 의병을 일으킨 고경명(高敬命)이 젊어서 해서(海西) 기생과 친하여 치마 안폭에 이별시를 써주었다는 이야기 끝에는 방백(方伯)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전하여 들은 고경명의 아버지가 내 아들이 얼굴은 어미를 닮았으나 행실은 아비를 닮았다며 웃었다는 일화가 실려 있다.
『현호쇄담』의 책끝에는 김석주(金錫胄)가 우리 나라 시인을 여덟 글자의 평어(評語)를 사용하여 평한 것을 그대로 옮겨 실었다.
이 책은 체계적인 비평서라고 볼 수는 없다. 시화와 시비평을 아우른 한시 비평의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