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고려 시대 청자 주자(注子)는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었는데, 그 중 표주박 모양을 하고 있는 주자들을 표형(瓢形) 주자라고 부른다. 퇴화기법은 점력이 강한 백토(白土)나 자토(紫土)를 이용하여 점을 찍듯이 시문하거나 두꺼운 면이나 선을 그리는 기법으로, 그 발생시기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략 고려 전기경에 나타나는 장식기법으로 상감기법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시작된 것으로 여겨진다.
이 주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크기의 표주박을 연결시켜 놓은 형태이지만, 양감이 균형 있게 표현되어 있어 안정감이 느껴진다. 뚜껑은 유실되어 원래 모양을 알 수 없지만 뚜껑과 맞닿는 부분을 수직상태로 눌러서 여섯 개의 선을 장식하였다. 몸체에는 음각이나 상감 등 별다른 문양없이 형태와 색상만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단지 주구(注口)와 손잡이에만 음각과 퇴화로 장식되어 있다. 주구와 손잡이 모두 대나무를 형상화하여 별도로 제작한 후 몸체에 부착한 것으로 가늘고 섬세한 음각선으로 마디를 표현하고, 선을 강조하듯 마디마디에 작은 백퇴화(白堆花) 점을 찍어서 장식하였다. 이러한 퇴화기법은 간혹 상감이나 철화와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으며 실제로 이들 기법과 혼용되어 시문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실물을 보면 상감이나 음각과 달리 퇴화는 시문 부위가 볼록 튀어나와서 식별이 가능하다. 대나무 밑 부분에는 어린 죽순을 표현하였고, 손잡이에는 줄기를 꼬아 놓은 듯한 형태로 고리를 만들었다. 이 작은 고리는 뚜껑과 연결하기 위한 것으로 원래 이 주자에는 뚜껑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 고려시대 대부분의 주자에는 이러한 연결고리가 있다. 이 표형 주자는 밖으로 벌어진 높은 굽을 가지고 있는데 별도로 제작하여 부착하였다. 바닥의 접지면에는 백색의 내화토빚음을 받쳐 구운 흔적이 있다.
이 주자는 안정된 기형과 더불어 엷은 녹색을 띠는 맑은 회청색 유약이 시유되어 비색(翡色)의 아름다움과 귀족의 기품을 한껏 뽐내고 있다.
당당하고 안정된 기형에 유려한 곡선이 지닌 형태의 주자로, 비색의 맑은 유색과 최상의 태토로 만든 기품 있는 12세기의 청자이다. 고려 시대 도자기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