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리는 사방에 산이 높고 그 가운데에 골짜기가 길게 형성된 것이 마치 구유처럼 보이기 때문에 유래한 지명이라고 한다. 또 옛날 이곳에는 속이 빈 통나무가 많아 통나무의 ‘통’ 자와 마을의 ‘리’ 자를 따서 ‘통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도 한다.
통리협곡이 있는 삼척 일대에는 고생대의 하부층인 조선누층군(朝鮮累層群)과 상부층인 평안누층군(平安累層群)이 분포한다. 중생대에 이들 지층의 약한 틈을 뚫고 거대한 화산 폭발이 일어난 후, 지각(地殼)이 함몰해 커다란 분지가 생겼다. 또한 여기에 강물이 흘러들어 거대한 호수가 형성되었다. 통리협곡 일대가 호수였던 백악기 당시, 호수 바닥에는 장기간에 걸쳐 자갈·모래·실트·점토 등 다양한 퇴적물이 차곡차곡 쌓여 퇴적층을 이루었다.
이후 퇴적층은 융기했고, 하천과 바람에 의해 오랫동안 풍화와 침식을 받았다. 중생대 백악기의 퇴적층이 고생대 지층으로 둘러싸여 있는 통리협곡은 하천의 유로가 수없이 바뀌는 과정에서 서서히 형성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에는 과거의 환경과 지형적 특징이 잘 보존되어 있다.
통리협곡의 퇴적층이 300m 정도 깊게 파인 이유는 암석의 차별침식 때문이다. 주변이 고생대 지층으로 둘러싸여 있고, 백악기의 퇴적층은 주변의 단단한 지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해 풍화와 침식을 심하게 받았다. 그 결과 수직의 거대한 암벽으로 둘러싸인 통리협곡이 형성된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단층과 습곡작용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작용은 신생대 제3기에 동해의 해저가 확장되면서 태백산맥이 형성된 이후 활발히 진행되었다. 지금 협곡을 흐르는 오십천은 당시에 단층선 위를 지나는 하천이었다. 그런데 태백산맥이 융기하면서 오십천의 하방침식력(下方侵蝕力)은 훨씬 강해졌고, 하천은 하상을 더욱 깊이 파면서 상류로 전진하였다. 지금도 오십천은 상류를 향해 두부침식(頭部侵蝕)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 전단부가 바로 미인폭포(美人瀑布)이다.
통리협곡은 생성과정이나 지질학적 특성이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Grand Canyon)과 비슷해 한국의 그랜드 캐니언으로 불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