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보물로 지정되었다.『제왕운기』는 이승휴(1224∼1300)가 1287년(충렬왕 13)에 중국과 한국의 역사를 운율시 형식으로 읊은 책이다. 이 목판본은 1360년(공민왕 9)경에 경주에서 판각된 책판을 바탕으로 조선 초기에 인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본으로는 개인소장본(보물, 1965년 지정. 보물, 1991년 지정), 한솔제지 소장본(보물, 2011년 지정)이 있다.
『제왕운기』는 이승휴가 정치폐단을 바르게 고쳐, 국내적으로는 왕권 강화를 통한 국가질서의 회복을 바라고, 국외적으로는 원나라 지배 하에서 민족적 정통성을 회복하기 위해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찬술은 그가 1280년에 전중시사(殿中侍史)로서 당시 정치의 옳고 그름을 논하다가 파직당하여 삼척에 머물러 있는 동안 이루어졌으며 1287년에 마무리되었다.『제왕운기』는 이승휴가 국왕에게 올린 뒤 1294년에 초간본이 발행되었으며, 1360년에 중간(重刊)된 것과 1417년(태종 17), 17세기 이후에 중간된 것이 있다. 현재 초간본은 전하지 않고 중간본만이 전한다.
목판본으로 상하 2권 1책이다. 판식의 변란(邊欄)은 사주단변(四周單邊)이고, 반곽(半郭)의 크기는 세로 17.3㎝, 가로 14.6㎝ 내외이며, 8행 16자로 되어 있다. 책의 크기는 세로 22.8㎝, 가로 19.5㎝ 내외이다. 지질은 저지(楮紙)이며, 표지의 장정(裝訂)은 오침안정(五針眼訂)의 선장(線裝)으로 개장(改裝)되어 있다.
상권 제18장과 하권 제6 · 7 · 8 · 16장이 떨어져나가 필사로 채우고 있기는 하지만, 발문 · 후제 · 간기 등이 갖추어져 있다. “지정이십년경자(1360)오월일 동경개판 서진사신김희 안렴사중산대부병부시랑신안극인(至正二十年庚子五月日東京開板書進士臣金禧按廉使中散大夫兵部侍郞臣安克仁)”의 간행 관련 기록을 통하여, 공민왕 9년 5월에 동경(東京, 지금의 경주)에서 간행된 판본임을 알 수 있다.
상권은 서문에 이어 천지개벽(天地開闢)과 삼황오제(三皇五帝)에서 원나라에 이르는 중국의 역사 사적을 칠언고시(七言古詩)로 읊었다. 하권은 동국군왕개국년대(東國君王開國年代)와 본조군왕세계년대(本朝君王世系年代)의 둘로 구성되었다. 앞의 것은 ‘지리기(地理紀)’에 이어 단군조선에서 발해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칠언고시로 엮어서 단군신화의 편린도 확인할 수 있다. 뒤의 것은 고려 건국주 왕건의 조상인 작제건(作帝建) 설화에서 당시 임금인 충렬왕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오언고시로 노래하였다.
『제왕운기』는 단군신화를 포함하는 고대사 연구의 문헌자료로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또한 오언과 칠언의 영사시(詠史詩)는 가사문학의 원초적 형태로 고대 소설에도 많은 영향을 미쳐 이규보의「동명왕편(東明王篇)」,「역대가(歷代歌)」등과 함께 국문학 연구의 문헌자료로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은 조선 초기에 판각된 귀중본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