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제1303호. 『백지금니 금강 및 보문발원』은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 「관세음보살보문품 제25(觀世音菩薩普門品第二十五)」, 『선종영가집(禪宗永嘉集)』의 영가대사발원문(永嘉大師發願文)으로 이루어진 독특한 경전이다.
『백지금니 금강 및 보문발원』은 경전의 끝에 ‘홍무사년신해칠월일지시주비구니묘지동원비구니묘수(洪武四年辛亥七月日誌 施主比丘尼妙智同願比丘尼妙殊)’라 기록되어 있다. 이는 1371년(공민왕 20)에 비구니 묘지(妙智), 묘수(妙殊)가 시주하여 이 경전을 제작한 사실을 알려 준다.
『백지금니 금강 및 보문발원』은 글과 그림 모두 흰 종이에 금분(金粉)으로 쓰고 그렸으며, 병풍처럼 펼쳐지는 절첩(折帖) 형태의 사경(寫經)으로 크기는 23.3×9.3㎝이고, 변상도(變相圖)는 17.4×18.1㎝이다. 표지는 감색 바탕에 금분과 은분으로 큼직한 보상화(寶相華) 세 송이를 나란히 그렸고, 그 가운데에는 사각형의 곽을 만들어 금으로 개법장진언(開法藏眞言)과 ‘금강보문발원합부(金剛普門發願合部)’라는 제목을 적어 넣었다. 표지를 넘기면 본문에 앞서 삼존도와 수월관음도가 한 면씩 배치되었다.
『백지금니 금강 및 보문발원』은 본문에 앞서 삼존도와 수월관음도가 배치되어 있는데, 오른쪽의 삼존도는 석가모니불이 기원정사에서 설법하는 모습으로 『금강반야바라밀경』의 변상도이다. 석가모니불은 수미단 위에서 설법인을 짓고 있으며 좌우 협시보살(脇侍菩薩)은 합장하며 서 있다. 협시보살이 불상의 아래에 위치하는 전형적인 고려시대 삼존불의 형식을 취한다. 본존은 두광, 신광 밖으로 큰 원형 거신광이 또 둘러져 있다. 불상의 광배 위로 보수(寶樹)가 드리워져 있고, 여백에는 평행선으로 그어진 구름 가운데 꽃들이 날리고 있다.
왼쪽으로 「관세음보살보문품」의 변상(變相)으로 수월관음도가 이어져 있다. 물가의 바위 위에 앉은 관음보살이 바위 아래에 서 있는 선재동자를 맞는 장면으로 관음의 왼쪽에 두 그루의 대나무, 반대편에는 버들가지가 꽂힌 정병(淨甁) 등 수월관음의 도상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관음은 반가좌를 취하고 바위에 걸터 앉은 일반적인 고려시대 수월관음도와는 달리 바위 위에서 결가부좌로 앉아있으며, 머리 위에서부터 흰 두포로 온몸을 감싼 모습이다. 이러한 관음보살의 모습은 주로 송대 선종화(禪宗畵)에서 애용하던 도상이나 고려시대 불화에서도 간혹 채용되었다.
이 2종의 변상도는 모두 간략하지만 도상과 경전 내용의 요체만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필치가 당시의 변상도와 비교해 정교하거나 치밀하지는 않지만, 고려 말 변상도 양식의 한 면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본문은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 『묘법연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 제25(妙法蓮華經 觀世音菩薩普門品第二十五)」, 『선종영가집(禪宗永嘉集)』의 「영가대사발원문(永嘉大師發願文)」이 필사되어 있다.
본문의 「금강경」은 구마라집(鳩摩羅什)의 번역본으로 양나라 소명 태자의 32분장을 따르고 있다. 첫머리에는 금강계청(金剛啓請)과 발원문(發願文)이, 끝에는 반야무진장진언(般若無盡藏眞言)과 금강심진언(金剛心眞言)이 실려 있다. 이어 「관세음보살보문품」과 「영가대사발원문」이 차례로 수록되어 있는데, 고려 후기 사경인 이 경전을 통해 당시 불교 신앙의 모습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