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양(梁)나라의 진관(眞觀) 등 고승(高僧)들이 편찬한 「자비도량참법(慈悲道場懺法)」을 원나라에 이르러 참법의 내용을 대교(對校)하고 정리하여 상교정본(詳校正本)이라 하였는데, 국내에 도입되어 공민왕 이래 여러 번 간행되어 가장 많이 유통되었다.
중국 남제(南齊)의 경릉왕(竟陵王)이 꿈에서 느낀 바를 적어 21편 30권으로 찬술하였는데, 이 뒤에 양(梁)나라 무제(武帝)가 황후 치씨(郗氏)를 위해 경릉왕이 지은 참법 중 육근문(六根門)에 근거하여 진관(眞觀) 등 제사(諸師)들에게 10권의 『자비도량참법』을 편찬하게 하였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는 사이 본문에 착오와 와전이 생겨나자 원나라에 이르러 내용을 다시 정리하여 상교정본(詳校正本)이라는 말을 붙여 『상교정본자비도량참법』이 되었다.
절첩본(折帖本)으로 된 목판본이다. 표지에는 ‘자비참법권제십(慈悲懺法卷第十)’의 제첨이 붙어 있다. 판식을 살펴보면, 책 크기는 세로 34㎝, 가로 14㎝, 상하단변(上下雙邊)이고, 반곽(半郭)크기는 세로 26.0㎝이다. 계선(界線)은 없으며, 한 장의 행자 수는 20행 13자이이다. 권수에는 과거칠불(過去七佛)과 미륵불(彌勒佛)의 도판이 있다.
권말에는 간행 기록과 발원문은 없으나, 고려 태조, 정종, 목종의 휘(諱)에 나타나는 결획과 전체적인 인쇄 상태를 통해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에 간행된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권말에는 ‘책주신담(冊主信談)’이라는 묵서(墨書)기록이 있어 과거 소장자를 알 수 있다.
중생이 살아가면서 저지른 원한이나 온갖 죄를 참회법을 통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하는 영혼천도용(靈魂薦度用)으로 사용되는 의식집이다. 참회의 법회를 수행하여 현생에서 쌓은 죄업을 씻어버리고 화복을 누리고, 나아가 망령을 구제하고 고통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질병을 치료할 수 있고 어둠에서 빛을 찾을 수 있다는 공덕을 발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륵(彌勒)의 몽감(夢感)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자비도량’이라고 이름지었으며, 양무제가 처음 찬수하였다고 하여 ‘양황참문(梁皇讖文)’, ‘양황보참(梁皇寶讖)’, ‘양무참문(梁武讖文)’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체 10권 가운데 권10에 해당하지만, 전체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권1에 귀의삼보(歸依三寶)·단의(斷疑)·참회(懺悔), 권2에 발보리심(發菩提心)·발원(發願)·발회향심(發廻向心), 권3에 현과보(顯果報), 권4에 출지옥(出地獄), 권5와 권6에 해원석결(解寃釋結), 권7에 자경(自慶)·총발대원(總發大願)·봉위천도예불(奉爲天道禮佛), 권8에 봉위아수라도일체선신예불(奉爲阿修羅道一切善神禮佛)·봉위용왕예불(奉爲龍王禮佛)·봉위마왕예불(奉爲魔王禮佛)·봉위부모예불(奉爲父母禮佛)·봉위과거부모예불(奉爲過去父母禮佛)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권9에 육도중생을 위한 예불과 발원, 권10은 보살회향법(菩薩廻向法)과 발원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은 불교의식 및 참법 연구를 위한 매우 귀중한 자료이며 불교사 및 서지학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