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 서남쪽 해발 1,600여m의 위치에서 아래로 약250여m의 수직 암벽이 형성되어 있는데, 이 암벽을 구성하는 기암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곳이 영실기암이다. 영실기암은 한라산을 대표하는 경승지로서 영주12경 중 제9경에 해당하며, 춘화, 녹음, 단풍, 설경 등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모습과 울창한 수림이 어울려 빼어난 경치를 보여주는 명승이다. 영실의 절경뿐만 아니라 영실에서 내려다보는 산방산 일대는 마치 신선이 되어 세상을 내려다보는 것과 같은 풍광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영실지역의 동북쪽에는 천태만상의 기암괴석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서 하늘을 받치고 있는 듯이 보이는데, 기암괴석들이 하늘로 솟아 있는 모습이 석가여래가 설법하던 영산(靈山)과 흡사하다 하여 이곳을 영실(靈室)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곳의 1,200여개 석주가 빙 둘러쳐져 있는 형상이 마치 병풍을 쳐 놓은 것 같다하여 병풍바위라 했다고 하고, 이 바위들이 설법을 경청하는 불제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오백나한이라고 불렀으며, 또한 억센 장군들과 같다하여 오백장군이라고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영실의 소나무는 속칭 황송으로 불리지만 제주해안 전역에 퍼져 있는 곰솔과 달리 전형적인 소나무(적송)다. 영실 소나무 숲은 우리나라 숲의 대표성을 갖는 송림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실계곡의 하류에는 낙엽활엽수림이 발달해 있고 곰솔이 간간히 발견되며, 하층에는 제주조릿대군락이 넓게 분포한 가운데 꽝꽝나무, 주목, 산수국, 사람주나무, 등수국 등이 나타난다. 위쪽으로는 산딸나무, 보리수나무, 구상나무, 마가목, 병꽃나무, 노린재나무, 털진달래, 섬매발톱나무, 고채목, 쥐똥나무, 호장근, 바늘엉겅퀴, 백리향, 시로미, 민백미곷, 세바람꽃, 흰그늘용담, 벌노랑이, 오이풀, 곰취 등이 자라고 있다.
영실기암 일대의 지질은 하위로부터 신생대 제4기에 분출한 용암류(熔岩流)인 한라산조면암(Qhta)-법정동조면현무암(Qbtb) 순으로 발달하고 있는데, 영실기암과 오백나한이라고 불리는 돌기둥들은 한라산조면암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주위를 법정동조면현무암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으로 분포한다.
특히 영실기암과 오백장군을 이루고 있는 한라산조면암을 영실조면암이라고도 부른다. 영실조면암은 영실휴게소에서 한라산 정상으로 가는 등산로 입구에서 500m지점의 오른쪽 계곡에 분포하는데, 약 250m의 절벽을 이루며, 남북이 약 1.5km, 동서가 약 1km인 타원형의 형태이다. 동쪽은 높은 절벽을 이루며, 남서쪽은 낮은 지형으로 열려져 있다.
영실기암에서는 직경 1m∼2m 내외의 주상절리와 함께 화산체의 침식과 붕괴에 의해 만들어진 지형이 잘 발달되어 있어 절경을 이룬다. 특히, 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있는 절벽은 병풍바위라고 하며, 풍화·침식작용으로 수많은 돌기둥들이 남아있는 것은 오백장군 또는 오백나한이라 부른다.
한라산 백록담, 물장올, 아른아홉골, 영실오름은 예로부터 제주에서 4대 성소로 여기어 신성시하는 곳이다. 미륵존불암이라 하는 바위는 영실의 옥좌로서 그 모습이 엄숙한 형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 3존불암을 중심으로 좌측에는 장삼으로 예장한 1,250부처 속칭 병풍바위가 가지런히 공대하여 서 있고 우측에는 500이 넘는 나한불상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다. 마치 석가여래가 불제자에게 설법하던 영산과 흡사하여 이곳을 영실동이라 불렀다 한다.
영실기암 일대는 임제(林悌)가 쓴 「남명소승」에 ‘오백장군동:오백장군골, 영곡:영실, 천백동:천백골’이라 되어 있고, 「남사록」에는 ‘천불봉:천불오름, 행도동:행도골, 영곡:영실’, 「탐라지」에 ‘영실’, 「남사일록」에 ‘영곡·오백장군동·천불동’, 「제주삼읍도총지도」에 ‘영실’, 「제주삼읍전도」에 ‘오백장군’, 「제주지도」에 ‘천불암:천불바위, 영실’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영실폭포는 큰 비가 오면 병풍바위 동쪽의 거대한 바위에서 날아갈 것 같은 기세로 쏟아지는 물줄기들이 거대한 폭포를 이루며 장관을 빚어낸다.
한라산은 1966년 10월 12일 천연기념물인 한라산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 보호되고 있고, 1970년 3월 24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2002년 12월에는 ‘UNESCO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 6월 27일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제주화산섬과 용암동굴’로 등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