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학은 경우에 따라서 여성이 창작주체로서 쓴 여성작가문학뿐만 아니라, 여성해방문학, 여성에 관련된 문학 전체를 가리키기도 한다. 본래는 여성작가문학을 지칭하는 것이었으나 20세기 후반에 오면서 그 의미가 훨씬 복잡해졌다. 80년대 중반 이후 페미니즘의 영향아래 여성문학은 ‘여성작가문학’과 ‘여성해방문학’의 두 가지 함의를 지니게 되었다. 용어 ‘여류문학’은 ‘여성문학’으로 대체되었으나 그 개념과 범주가 단일하지 않고 그 함의도 역사적 시기와 논자에 따라 일정하지 않다. ‘여성’이 단지 하나의 연구대상일 뿐만 아니라 연구의 시각을 의미하면서 그 결과 여성문학은 여성주의(페미니즘)적 지향을 강하게 암시하는 용어로 변모하였다.
한국현대문학에서 여류문학이라는 용어가 여성문학이라는 용어로 바뀐 것은 1990년을 전후해서이다. 명칭으로서의 ‘여류문학’은 1930년 전후에 태어나 1990년 전후에 소멸했다. 1910년에서 1920년대까지는 여성작가를 ‘여자’ ‘부녀’ ‘여인’ ‘여사’로 지칭하였고 1930년 전후에 문단, 작가 앞에 ‘여류’라는 한정사를 붙여 호칭하였다. ‘여류문학’이라는 용어는 1930년대에 일본에서 쓰는 용어를 비판 없이 수입한 것이다.
광복이전에 여류문학이 부정적 평가나 어떤 문학적 특성을 암시하는 용어로 사용된 것은 당대 여성작가들에 대한 일군의 남성문인들의 비평에서였다. 여류문학이라는 용어는 여성작가들에게 큰 거부감 없이 사용되었으나 이에 여성문인 모두가 동의했던 것은 아니다. 일찍이 작가 박화성과 여성 문학평론가 임순득이 작가나 작품을 여류로 분리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한 바 있었다.
광복이후 1970년대까지 여성 일반에서는 부녀대신 여성이라는 용어를 보편적으로 쓰고 있었지만 문학과 결합할 때는 ‘여류’가 선호되었다. ‘여류’는 ‘여성’보다 소수의 전문가집단, 혹은 명사를 암시하는 명칭이었다. ‘여류시인’ ‘여류작가’ 등은 매우 특정한 신분집단(귀족적)을 지칭하는 프리미엄으로 통용되기도 하였다.
여류문학이 여성문학으로 바뀌게 된 계기는 페미니즘문학비평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페미니즘문학비평의 등장은 여류문학이나 여성문학이 여성작가집단을 의미하는 용어에서 여성문학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용어로 변화하게 되었다. 가부장제 사회가 주입한 여성성, ‘여성다움’을 무비판하게 내면화한 글을 여류문학이라 하고, 여성의 억압 및 예속 상태를 인식하고, 여성의 정체성을 문제 삼는 문학을 여성문학이라고 한다.
여성문학은 여류문학(feminine literature), 여성주의 문학(feminist literature), 여성문학(female literature), 세 단계로 발전한다고 보기도하나 이런 발전론적 관점을 부정하는 견해도 있다. 이 단계는 엄격한 카테고리가 아니라 각 단계들이 서로 겹치기도 하고, 여류문학에서 여성주의문학 적 요소가 발견되기도 하며 한 단계에서 세 단계까지 모든 것을 한 작가의 작품연보에서 발견할 수도 있다.
여성해방문학은 여성문학에서 여성해방을 강조할 경우에 쓰이는 용어이다. ‘페미니즘 문학’ 이라는 용어나, ‘여성주의 문학’이라는 용어도 같은 의미이다.
여성문학 용어에 여성작가문학과 함께 페미니즘문학적 함의가 더해지게 된 계기는 1977년 여성학(Women's Study) 강의의 도입, 1960년대 미국에서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전운동에서 시발한 제2물결 페미니즘의 영향, 1975년 세계여성의 해를 맞이하여 한국사회에도 여성연구의 열기가 고조되어 1984년『여성문학』(전예원), 1985년『또 하나의 문화』(평민사), 1985년『여성』(4호부터『여성과 사회』)(창작과 비평사), 1988년『여성운동과 문학』(민족문학작가회의 여성문학 분과위원회), 1989년『여성과 문학』(한국여성문학연구회) 등 여성문학 무크지 및 학술간행물이 나오고, 페미니즘 문학비평이 활기를 띠게 되면서다.
이후 여성문학은 페미니즘 문학, 페미니즘 소설 등이 여성문학에 대체되어 쓰였으며 문예지마다 페미니즘문학 특집을 다투어 기획하는 등 여성문학이 붐을 이루기도 한다.
최근 20여년의 페미니즘문학은 페미니즘 문학비평에 뒤이어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페미니즘문학 비평이 80년대 서구 이론이 유입되면서 본격화된데 반하여 페미니즘문학은 페미니즘, 즉 여성해방사상의 유입만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페미니즘문학은 80년대 이전 1910년부터 등장하였다. 1980년대 후반 주류를 이룬 페미니즘문학비평이론은 일레인 쇼왈터의 ‘여성중심비평(Gynocentric criticism)’, 일레인 식수와 루스 이리가레이의 ‘여성글쓰기(E'criture f'eminine)’ 등 영미 및 프랑스 여성비평과 한국의 역사적 현실에 바탕을 둔 한국여성문학론이 그 대표 격이다. 페미니즘문학은 ‘여성글쓰기’라는 용어로 대체되어 쓰일 정도로 ‘여성성’과 ‘여성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한편 1965년 창립된 한국여류문학인회는 1992년 ‘한국여성문학인회’로 모임이름을 바꾸었다. 1999년에 한국여성문학학회, 2000년에 한국고전여성문학회가 창립되었는데 이때 두 학회 모두 한글이름에 ‘여성문학’이라고 표기해 넣고 있다. 학회의 영자표기는 한국여성문학학회는 Feminism and Korean Literature, 한국고전여성문학회는 The Society of Korean Classical Woman Literature 로 현대문학의 경우 페미니즘이 강조되었다. 2000년대에 들어 페미니즘문학을 다시 여성문학으로 표기하거나 쓰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여성문학 용어에 페미니즘의 함의가 뚜렷하였다.
페미니즘 문학비평의 활성화는 1990년대에 여성문학의 르네상스를 이룩해냈다. 구 소비에트의 몰락으로 거대담론이 사라진 후 여성문학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페미니즘문학 또는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과 반성으로 여성문학은 그 함의가 다시 더해지게 되었다. 포스트페미니즘의 젠더개념의 도입이 그것이다. 포스트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이 여성에게 또 다른 형태의 억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단선적인 여성정체성을 거부한다. 제3세대 여성주의는 타자를 배제하지 않는 여성주의를 구현하고자 한다. 이들은 여성의 자아실현이 타자의 부정을 통해서가 아니라 타자의 인정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성을 본질주의적 성격으로 주체화하려는 제2세대의 페미니즘의 주장은 여성을 신비화하거나 특권화할 우려가 있고, 이 경우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논리 하에 여성을 우위에 두고자 하는 배타적 성격을 떨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여성을 집단화하여 여성의 동질성을 강조하기 보다는 여성간의 차이와 이질성을 강조하려 한다. 젠더정체성이라는 것은 사회적 관습과 관행에 의존하여 문화적으로 구성된 행동양식을 반복적으로 수행한 결과이다. 따라서 젠더는 그 어떠한 토대도 갖지 않고 오로지 수행과정에서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에 등장한 여성작가들은 포스트페미니즘 문학이라고 명명할 작품을 쓰고 있다. 여성성과 남성성 사이의 경계 자체를 무화하거나 해체시키며 재구성 한다. 여성문학 용어의 내용과 함의는 페미니즘 이론이 정교해짐에 따라 계속 복잡해지고 있다.
문학사의 주류에서 소외되어 주변문학으로 존재했던 여성문학과 여성문학론이 여성문학 출발 70여년 만에 한국문학의 주류에 서는데 페미니즘이 큰 역할을 하였음을 알 수 있으며, 열등한 성으로 고정화되었던 여성의 타자적 체험이 인간회복의 가능성으로 떠오르고 있음은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