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4책. 필자의 본관은 반남(潘南), 자는 계향(繼馨), 호는 향전(香田), 아버지는 승진(勝振), 어머니는 의인(宜人) 안동권씨(安東權氏)이다.
문집의 내용을 보면, 권1은 시(詩)와 만(輓)을 합하여 65수, 서(書) 13편, 잡저(雜著) 1편이고, 권2는 서(序) 5편, 기(記) 3편, 발(跋) 2편, 찬(贊) 2편, 뇌사(誄辭) 1편, 봉안문(奉安文) 3편이며, 권3은 제문(祭文) 22편, 묘갈(墓碣) 4편, 행장(行狀) 1편, 전(傳) 2편이다. 권4는 부록(附錄)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詩)에서 「옥매미발(玉梅未發)」은 시상이 매우 아름다워 은근하게 사람들로 하여금 시(詩)의 내용에 빠져들게 하며, 「경복궁감회(景福宮感懷)」는 나라의 성쇠를 슬퍼하는 마음이 절절하게 드러날 뿐만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자신의 심정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때는 봄이 왔건만 고국은 봄을 모른 채 세월만 흘려보내는 무상함을 읊은 것으로 아련함을 자아낸다.
「차현암팔영운(次玄庵八詠韻)」은 만주의 현암팔경에 대한 시로서 그 가운데 고구려비(高句麗碑)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고구려가 왕성했을 때를 사모하면서 당대 현실을 비관하고 있다. 따라서 문학적인 면뿐만 아니라, 하나의 역사적 사료로써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라고 할 수 있다.
「제매란도(題梅籣圖)」는 그림을 시(詩)로 읊은 것인데 마치 그림을 마주대하고 있는 것과 같이 세밀히 표현하여 시를 통해 충분히 그림을 상상할 수 있을 정도이다. 더불어 자신의 감정이 더하여져 원래의 그림보다 훨씬 깊은 정취를 자아내고 있다.
권3의 「모은송공재수전(慕隱宋公在洙傳)」은 송공이 부지런히 농사를 지어서 귀중한 책들을 많이 수집했었는데, 한 노인이 이를 어디서 구하였느냐고 묻자 “누구든 팔고자하면 단 한 푼도 깍지 않고 사놓았다.”고 하였다. 하루는 이 노인이 “제방의 높이가 몇 길이나 되는데 그대가 보기에 이 제방은 어떠한가.” 하기에 내가 “한 마을의 입구이며 견고하여 충분히 믿을만 합니다.”라고 대답하니 노인이 웃으며 말하길 “큰 물이 사납게 오면 이 모래 방천은 유지할 수 없다.”라 하며 아들에게 다른 곳으로 옮기라 했지만 아들이 그 말을 듣지 않았다. 노인이 돌아가신지 몇 년 후에 과연 큰 비가 와서 제방이 무너지고 서고(書庫)가 떠내려가 결국 그 많은 책들이 유실되었다고 한다.
이로 볼 때, ‘세상에 지각이 있는 사람은 미래를 내다보기를 훤히 꿰뚫어볼 수 있지만, 그 말을 믿고 따르는 사람이 없다면 모두 소용이 없다.’라 하니 지각있는 사람으로써 현 시국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함을 알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