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백자청화화훼문병은 2009년 1월 2일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화훼문과 도안화된 ‘수(壽)’ 등의 문양이 기면에 장식되어 있다.
구연은 둥글게 말려서 약간 벌어졌고, 쭉 뻗어 내려간 긴 목에 어깨에서 팽창되어 동하부가 중심을 이룬 병이다. 조선백자 병은 시기 별로 기형이 달라지는데, 19세기에 가장 큰 변화는 목이 길어지고 몸통의 무게 중심이 아래로 내려가 마치 실험실의 플라스크 같은 형태를 지니게 된다는 점이다. 이 병도 그러한 양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19세기에 들어서서 청화백자 문양 가운데 크게 유행하는 것은 각종 길상문(吉祥紋)이다. 복(福)ㆍ록(祿)ㆍ수(壽)를 상징하는 문자와 상징 의미를 담고 있는 문양을 주제문으로 시문하는 것이 시대적 추세였다. 특히 중국어 발음상 길상적 의미와 같은 발음을 지닌 물상들도 길상문으로 사용되었다. 예를 들어, 복(福)과 박쥐[蝙蝠]의 복(蝠)이 같은 발음이어서 복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널리 그려졌다. 조선백자에서 이전까지 박쥐가 길상문으로 사용된 적이 없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유행은 중화풍 의장의 유행이라는 시대적 분위기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 병의 기형은 전형적인 19세기 백자 병의 형태를 하고 있고, 유색은 맑은 청색으로 길상문이 주를 이룬다. 목 부분 상단에 격자문대를 돌렸고, 하단에는 아래로 내려가면서 차례로 파초문대 · 격자문대 · 연판문대 · 박쥐문대를 그려 넣어 꽉 찬 느낌을 준다. 동체 전면에는 사방에 원형으로 도안화된 ‘수’자를 기하학적으로 그려놓고, 연화당초문으로 문자를 감싸고 있는 듯 표현하였다. 동체 하부에는 뢰문대(雷文帶)와 굽 주위에는 한 줄의 선을 돌렸다. ‘수’자를 중심으로 몸체 전면 네 곳에 화려하고 장식성이 풍부한 연화 당초문을 여백 없이 배치하여 꽉 찬 느낌을 주나 세밀한 붓질로 깔끔하게 그려 신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백자청화화훼문병은 안정감 있고 비례가 적정한 병의 형태와 화려한 장식의 문양 담청색의 깔끔한 유색이 어울리는 뛰어난 작품으로 19세기 병의 전형을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