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사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백자청화화분문호는 2009년 1월 2일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높이는 29.4㎝로 동체부 전 · 후면에 화분문을, 그 양옆에는 매화문을 배치하고 있다.
화분에 분재를 하고 이를 관상하는 취미는 조선 후기에 크게 유행하였다. 사대부가 도자기 화분에 값비싼 매화나 꽃나무를 심어놓고 감상하는 장면이 겸재정선의 그림에 등장하고 정조가 화분에 완상용으로 꽃을 보고 감상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18세기 이후 분재 완상은 보편적인 유행이 되었던 것 같다. 백자청화화분문호는 이런 배경 하에 제작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항아리는 구연부가 약간 벌어져 세워졌고 어깨에서 둥그렇게 벌어져 동상부에서 중심을 이루었다가 바닥으로 갈수록 서서히 좁아지는 입호(立壺)의 형태이다. 문양을 장식하고 있는 청화는 발색이 옅은 청색으로 전반적으로 담담한 느낌을 준다. 굽 부분이 약간 외반하였으며, 가는 모래를 받쳐 구운 흔적이 남아 있다.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의 작품으로 추정된다.
청화 안료로 구연부에 한 줄의 선을 두르고, 그 아래에 여의두문대(如意頭文帶)를 돌렸다. 동체 중심부 두 곳에는 청화로 탁자 위에 놓인 파초 화분과 대나무 화분을 그렸고, 그 사이에 매화문을 배치하였다. 흰 바탕의 여백을 살려 주된 문양을 표현한 점이 독특하다. 윤곽선을 먼저 그리고 채색을 가한 구륵법을 사용하여 그린 파초는 화분을 뒤엎을 기세로 큼직하게 묘사되었고, 아래로 처진 잎이 화분 바닥까지 내려와 있다. 화분은 세부 묘사가 정확지는 않지만, 색상이나 문양으로 보아 조선 청화백자이거나 중국에서 수입한 화분으로 추정된다. 수직 구도로 그린 매화는 백매화로 가지 좌우에 작은 잎을 윤곽선 위주로 간략하게 표현되었다.
백자청화화분문호의 문양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유물로,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소장하고 있는 백자청화분재조문호가 있다. 두 작품은 모두 구연부 아래에 여의두문대를 장식하고, 동체 중심부에는 탁자 위에 놓인 각종 화훼화분을 그리고 있다. 이는 조선 후기 지식인들 사이에서 유행한 분재 문화가 백자의 문양으로도 적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 소장품은 탁자 위에 대나무와 파초를 약간 과장되지만,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것은 18세기 백자 청화 장식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