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계유문(秋溪有文, 1614∼1689)의 법계를 이은 무경자수의 저술이다. 전체 1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현재 전하지 않는다.
무경자수는 자가 고송(孤松)이며, 무경은 당호이다. 12세에 송광사 문무(文武)에게 출가하여 운문사로 추계유문을 찾아가 10여 년의 정진 끝에 선과 교를 두루 통하고 인가를 받았다. 무경은 부용영관(芙蓉靈觀) - 청허휴정(淸虛休靜) - 정관일선(靜觀一禪) - 임성충언(任性冲彦) - 원응지근(圓應智根) - 추계유문으로 이어지는 조선 임제종의 정맥을 계승하였다.
숙종 때는 팔도의 고승 49인을 선발하여 사나사(舍那寺)에서 큰 불사를 개최했는데, 당시 자리에 참여했던 승려들이 추계유문에게 훌륭한 제자를 얻었다면서 추계를 부러워하였다고 한다. 그 후 영호남의 대가를 찾아다니며 유가(儒家)의 경전과 노장(老莊)의 학문까지 두루 섭렵하였고, 시문(詩文)에도 묘리를 얻어 명실상부한 삼교(三敎)의 회통을 이루었다. 30세가 될 무렵에는 사방에서 문도가 모이기 시작해 내원암(內院庵)에서 강석을 열게 되었다. 1734년(영조 10)에는 『불조선격(佛祖禪格)』·『자기삼궁보경삼매(自己三宮寶鏡三昧)』·『이학류편(理學類篇)』·『하락주설(河洛註說)』을 찬집하였다.
무경의 문집인 『무경집문고(無竟集文稿)』 권3에는 문인 회경(懷瓊)이 기록한 「무경당대사행장(無竟堂大師行狀)」이 수록되어 있다. 행장에는 무경이 “선정의 여가에 『불조선격』과 『자기삼궁보경삼매』를 1편씩 편집하여 뛰어난 근기를 가르치시고…”라고 하여 이 책의 이름이 언급되어 있다. 현재 『불조선격』은 전하지 않지만 책에 대한 사정은 『불조선격』의 초록인 『불조진심선격초(佛祖眞心禪格抄)』를 통해 살필 수 있다.
이 책에는 총 19편의 문장과 다섯 편의 논설이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법신(法身), 반야(般若), 해탈(解脫)의 삼덕(三德)을 구비한 일심(一心)’이라는 일관된 주제로 쓰였다. 그러나 각 항목의 유기적인 관계나 상호 연관된 의미를 찾기는 어려우며, 전체적인 글의 성격상 어록(語錄)으로 부르는 것이 더 적합하다. 제목을 『불조진심선격초』라고 한 것은 본문 중의 여래선격(如來禪格)과 조사선격(祖師禪格)이라는 항목에서 취한 것으로 보인다.
『불조선격』은 그 초록을 기초로 살핀다면 기존 선종 어록에서는 보이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설명이 시도되고 있어 매우 주목된다. 이런 독특한 이론과 설명은 삼교(三敎)를 회통하는 원리 연구에 평생 주력하였던 무경의 사상적 편력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와 사회적 주도권뿐만 아니라 사상적 주도권마저 유교에 빼앗겼던 조선 중·후기의 시대상황을 고려할 때, 불교를 중심에 두고 기존의 모든 이론을 통합하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고, 이를 근거로 새롭게 인재를 양성하며 활발히 활동했던 무경의 행적은 매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기존 선종의 종지(宗旨)를 고스란히 계승하면서도 독창적인 설명 방식을 도입한 무경 자수의 저술은 차후 조선 후기의 선종사(禪宗史) 연구뿐만 아니라 사상사(思想史) 연구에도 주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