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呪辭)는 어떤 특수한 상황에서 일어난 일을 치유하거나 무마하기 위해 외는 말을 가리킨다. 곧 주사는 ‘천지신명께 기원하는 말’을 의미하는 것으로 치병축귀(治病逐鬼), 길성흉소(吉盛凶消), 부귀수복(富貴壽福) 등 축원주술(祝願呪術)의 형태로 행해졌다. 그래서 주사는 민중들에게 종교나 관습의 형태로 굳혀지면서 범할 수 없는 영향력을 미쳐 왔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주사와 무가는 구분이 쉽지 않고, 혼동의 소지마저 남아 있다. 특히, 주사가 행해진 전승현장을 보면 반드시 말로만 전승되는 것이 아니어서 그런 경향은 더 커진다. 지금까지 학계에서 인정하는 주사인 「구지가(龜旨歌)」, 「해가(海歌)」 등의 경우 노래로 불렸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주사와 무가는 분명히 다른 양상을 띤다는 점에서 구분해야 한다. 무가가 무당이 굿을 할 때 행해지는 의례로 주술적인 성향을 띤다는 점에서는 주사와 유사하지만 무가가 일반 민중들이 범할 수 없는 영역이며, 신을 상대로 한 신가이고, 나아가 그것은 신과 인간의 중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차이가 분명하다. 반면 주사는 「구지가」, 「해가」, 「지귀(志鬼)」, 「비형랑(鼻荊郞)」 등의 주사에서 알 수 있듯이 강신무(降神巫)뿐만 아니라 승려나 주술사를 포함하여 누구든 행할 수 있는 의식이다.
그러므로 주사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① 언령주술사상이 깃들어 있다. 향가에 대한 “자주 천지와 귀신을 감동시킨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故往往能感動天地鬼神者非一)”는 기록과 그 증험으로서 「원가」의 생성 배경은 이러한 사상적 근거라 할 수 있다. ② 정령을 이용한다. 정령은 인간의 길흉화복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믿어져 왔다. 그리하여 이를 위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의례가 행해졌는데 조상숭배·자연숭배·샤머니즘, 특히 사령숭배 등은 그러한 경향을 보여 준다. ③ 집단의식의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구지가」와 「해가」의 집단 가무의식에서 이러한 형태를 엿볼 수 있다. ④ 말과 노래로 전승되어 왔다. 말로 된 주사는 다라니(陀羅尼)나 독경 등에서 확인할 수 있고 노래로 불린 주사는 역질(疫疾) 축역(逐疫)을 위해 등걸을 태우면서 교창(交唱)하는 울산의 매귀악(煤鬼樂)에서 보인다. ⑤ 무경을 구송하는 방식으로 행해진다. 충청도를 중심으로 전승되는 앉은굿에서 구송하는 무경이 이러한 예이다. ⑥ 문헌 주사는 첩(帖)의 형태가 많다. 지귀(당시 풍속에 이 주문을 문과 벽에 붙여 화재를 막았다.)나 비형랑(나라 풍속에 이 글을 써 붙여서 귀신을 쫓아버리곤 하였다.) 주사의 경우 주로 첩의 형태로 나타난다. ⑦ 현란하고 예술적인 춤이 없고 장단의 변화가 적다. 주사는 주로 말이나 구송의 형태를 띠므로 춤과 거리가 있고 노래로 불린다 하더라도 소박한 형태의 가무의식이 대부분이다. ⑧ 직접적 잡귀 축출의 주술적 연행이 강하다. 비형랑의 경우 도망친 길달을 다른 귀신을 시켜 찢어 죽이는 양태를 보임으로써 보다 강력한 주술력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⑨ 대개 위협적인 언사를 가진다. 「해가」의 “그물로 잡아서 구워 먹으리” 같은 언사에서 그러한 성향을 느낄 수 있다.
주사는 오랜 기간 우리 민중들에게 관습적, 종교적 형태를 띠면서 전승되어 왔다. 그 형태와 방식도 왕에 의해 지어졌거나[지귀주사(志鬼呪辭)], 왕의 사령(死靈)이 낳은 아들에 의해 지어진[비형랑주사(鼻荊郞呪辭)] 주사를 비롯해 다라니, 무경(巫經) 등은 물론 집단이나 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양상을 띠고 계승되었다. 그러므로 주사는 우리의 삶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쳐 온 하나의 민간신앙으로 민중의 기저에 치유(治癒)와 축역(逐疫), 그리고 해독의 기능으로 자리 잡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