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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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계집 / 사제곡
노계집 / 사제곡
고전시가
개념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향촌사회의 산수자연 속에서 자신을 수양하고 현실에 만족을 얻기 위하여 지은 가사.
정의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향촌사회의 산수자연 속에서 자신을 수양하고 현실에 만족을 얻기 위하여 지은 가사.
개설

강호가사는 벼슬살이에서 물러났거나 벼슬길에 들어서지 못한 선비들이 현실이 뜻과 같지 않아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유교적 이상을 실현하지 못하는 실의(失意)를 향촌사회의 산수자연 속에서 자신을 수양하고 나아가 현실에 만족을 얻으려 노력하는 갈등을 노래한 일련의 가사작품을 말한다. 강호가사의 주인공들은 표면적으로는 벼슬길의 어려움을 말하고 공명(功名)에 뜻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벼슬길에 나갈 사람들이다. 그들이 강호에 묻혀 사는 것은 아름다운 산수자연 속에서 인(仁)과 지(智)의 덕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며, 이렇게 인격을 수양함으로써 세상에 도(道)가 있으면 다시 벼슬길에 나가겠다는 것이 그들의 뜻이다. 그러므로 강호가사에 형상화되는 ‘강호(江湖)’는 외연적으로는 향촌사회의 산수를 뜻하지만 내포적으로는 현실정치 세계 혹은 부정적인 인간사회와 대조적인 개념으로 ‘조화(調和)로운 이상향(理想鄕)’을 의미한다.

내용

강호가사의 구성은 대부분 서사(序詞)─본사(本詞)─결사(結詞)의 3단으로 이루어진다. 서사에서는 강호에 머무르게 된 까닭을 노래한다. 작품의 첫머리에 강호에 묻혀 살게 된 이유를 밝히는 것은 외래자적(外來者的) 성격을 밝혀 스스로의 선민의식(選民意識)을 드러낸 것이다. 그들은 생업(生業) 때문에 강호에 사는 농부나 어부처럼 태어난 그대로 강호에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체적인 의지에 의해 강호에 들어와 사는 외래자이기에 사정이 달라지면 가볍게 강호를 떠날 수 있는, 어떤 면에서는 강호생활과는 거리를 가지는 의식을 드러낸 것이다. 본사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본사①에서는 생활환경을, 본사②에서는 그 속에서의 생활상을 노래한다. 본사①에서는 아름다운 산수가 있는 곳에 초옥(草屋)을 짓되 정자(亭子) 하나를 곁들이는 운치와 여유를 가지며, 석전(石田)을 갈고 채미(採薇)를 하는 생활환경을 노래하고, 본사②에서는 산수자연 속에서 소요음영(逍遙吟詠)하면서 자연을 감상하고, 저녁에는 낚싯대를 메고 강으로 내려가 고기잡이를 즐기고, 박잔으로 취흥(醉興)을 즐기며, 백구와 벗하고 거문고를 타면서 중국 역사에 이름을 떨친 소부(巢父)와 허유(許由), 엄자릉(嚴子陵)의 풍류와 은둔의 경지를 견주어 노래한다. 그러나 이러한 은둔의 강호생활도 조정에서 부르기만 하면 하루아침에 미련 없이 떠날 수 있는 것이다. 결사에서는 강호에 묻혀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즐기겠다는 뜻과 성은(聖恩)을 잊지 못한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끝맺는다.

강호가사는 가사 장르가 문학적 세련성을 획득하며 구체적인 유형으로 자리 잡을 때 형성된 유형으로, 자연과의 합일을 표방하면서 강호지락(江湖之樂)을 읊은 작품들이다. 혼탁한 세상의 고단함과 갈등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자연에 묻혀 심성을 수양하며 살아가는 강호한정(江湖閑情)과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주로 노래하는데, 이에 속하는 작품으로는 정극인(丁克仁)의 〈상춘곡(賞春曲)〉, 이서(李緖)의 〈낙지가(樂志歌)〉, 송순(宋純)의 〈면앙정가(俛仰亭歌)〉, 허강(許橿)의 〈서호별곡(西湖別曲)〉, 정철(鄭澈)의 〈성산별곡(星山別曲)〉, 고응척(高應陟)의 〈도산가(陶山歌)〉, 차천로(車天輅)의 〈강촌별곡(江村別曲)〉, 박인로(朴仁老)의 〈사제곡(莎堤曲)〉·〈노계가(蘆溪歌)〉, 윤이후(尹爾厚)의 〈일민가(逸民歌)〉, 정훈(鄭勳)의 〈수남방옹가(水南放翁歌)〉, 이양오(李養五)의 〈강촌만조가(江村晩釣歌)〉, 남도진(南道振)의 〈낙은별곡(樂隱別曲)〉, 박이화(朴履和)의 〈낭호신사(浪湖新詞)〉, 조성신(趙星臣)의 〈개암가(皆巖歌)〉, 그리고 작자 미상의 〈낙민가(樂民歌)〉, 〈창랑곡(滄浪曲)〉, 〈안빈낙도가(安貧樂道歌)〉, 〈은사가(隱士歌)〉 등이 있다.

강호가사의 주인공은 벼슬길에 나가야 할 선비들이지만 현실이 뜻과 같지 않아 강호에 묻혀 산수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은둔의 꿈과 현실에 대한 동경의 갈등 속에 방황하는 두 얼굴의 선비들이다. 따라서 강호가사는 벼슬길에서 물러났거나 벼슬길에 들어서지 못한 선비들의 실의(失意)의 노래이면서 그 실의에서 벗어나 자신을 수양하고 나아가 현실에 만족을 얻으려 노력하는 갈등의 노래라 할 수 있다.

의의와 평가

조선시대 시가에서 ‘강호(江湖)’는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강호가사는 개별적으로 나타나는 산수자연을 ‘자연미(自然美)’라는 보편적인 개념으로 묶어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작품에 드러난 자연미를 통하여 당대인들의 미의식을 추출해 낼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국문학의 특질을 찾아내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도 국문학사상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또한 강호가사의 작가들은 적극적인 정치의식을 지닌 사림(士林)들이었고, 이러한 사림들의 잔치 자리에서 강호가사가 가창되었다. 때문에 강호가사는 갈등을 표출하되 그것을 문면에 드러내기보다는 이면에 숨기고, 대신 자연미에 대한 흥취의 고조를 통해 갈등을 정서적으로 풀이하는 작품세계를 지향한다. 즉 강호가사는 다채로운 수사를 동원한 진술과 이면적 갈등 구조, 그리고 취흥의 극적 구조를 통하여 우아하면서도 호방한 미를 구현한다. 이러한 강호가사의 세계는 인접 장르인 경기체가와 유사하다. 특히 경기체가의 장르 해체기에 위치한 〈화전별곡(花田別曲)〉과 〈독락팔곡(獨樂八曲)〉 등은 경기체가와 강호가사의 구체적인 접점을 보여 준다.

참고문헌

「흥취(興趣)를 중심으로 한 강호가사(江湖歌辭) 교육 연구」(전현선, 이화여자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5)
「강호가사의 어부 형상에 대한 문학교육적 접근」(이주영, 『고전문학과 교육』 26, 2013)
「조선전기 강호가사의 시학」(김진희, 『한국시가연구』 24, 2008)
「강호가사소고(江湖歌辭小考)」(정재호, 『한국가사문학론』, 집문당,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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