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독재수택본전기집(愼獨齋手澤本傳奇集)』으로 불리는 소설집에 실려 있다. 이본으로는 『묵재일기(默齋日記)』 제3책 이면에 필사되어 있는, 한글본 「왕시봉뎐」이 있다. 「왕시봉뎐」이 「형차기」의 사건 전개와 세부 정황을 충실하게 따르면서 내용을 축약한 반면, 「왕십붕기우기(王十朋奇遇記)」는 작품 세계를 여러 양상에서 변개시키며 내용상 상당 부분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작품은 왕십붕과 전옥련(全玉蓮)의 혼사와 그에 따른 갈등을 그리고 있는데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전공원(全恭元)이 왕십붕을 사위 삼으려고 하자, 왕십붕의 모친이 가시비녀[荊釵]를 신물로 보낸다. 그 때 왕십붕과 함께 공부하였던 손여권(孫汝權)도 청혼을 하며 금비녀를 보낸다. 전옥련은 가시비녀를 택하여 왕십붕과 혼인을 한다. 그 후 왕십붕은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조양(潮陽) 판관에 제수된다. 어느 재상이 자기 딸과의 혼인을 원하였으나, 왕십붕은 거절하고 손여권을 통하여 집으로 문안편지를 보낸다. 손여권은 그 편지를 왕십붕이 재상의 사위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글로 꾸민다. 그러자 전옥련의 집안에서는 재차 손여권과 혼인할 것을 요구한다. 전옥련은 단호히 거절하고 집을 나가 강물에 투신한다. 복건원(福建員) 전자하(全自夏)가 뱃길로 부임을 하다가 ‘물에 빠진 여인을 구하라’는 신령의 꿈을 꾸고 전옥련을 살려내어 보살핀다. 그리고 조양에 사람을 보내어 왕십붕의 소식을 알아보는데, 조양의 왕 판관이 죽었다는 기별을 듣는다. 전옥련은 기절하였다가 전자하의 구호로 정신을 차리고 함께 복건으로 간다. 왕십붕을 위한 재를 올리기 위하여 길상사(吉祥寺)에 갔던 전옥련은 그곳에서 모습이 남편과 비슷한 복주원(福州員)을 보고 의아해한다. 전자하가 복주로 사람을 보내어 복주원이 바로 왕십붕인 사실을 알게 된다. 왕십붕은 승진을 하고 온 것이고, 전옥련이 죽었다고 생각하여 재를 올리러 길상사에 갔던 것이다. 이에 왕십붕과 전옥련은 재회를 한다. 그 후 두 사람의 아들들은 모두 장원을 하고 자손이 번성하며 문호가 빛났다.
이 작품은 생략과 삭제를 통하여 원작품인 「형차기」의 사건 구성을 단순화시켰기에, 전체적인 짜임새는 다소 엉성하고 논리적인 비약도 보인다. 이는 많은 독립적 장면이 있는 희곡 작품을 하나의 서사적 줄거리로 만들려다가 생긴 결과로 보인다. 하지만 소설이 되었기 때문에 주인공인 왕십붕과 전옥련 중심의 서사로 개편될 수 있었다. 특히 인물들의 성이나 장소를 우리 식으로 고친 것은 흥미롭다. 전씨(錢氏)를 전(全)으로, 요씨(姚氏)를 최(崔)로 바꾼 것이라든가, 남녀 주인공이 재를 올리는 장소를 현묘관(玄妙觀)이라는 도관에서 길상사라는 절로 고친 것이 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