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어 가운데는 합성어를 이루는 요소들의 결합 방식이 국어의 정상적인 통사적 구성 방식과 일치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합성어의 결합 방식이 국어의 정상적인 통사적 구성 방식과 일치하지 않는 합성어를 비통사적 합성어라 한다. 여기에서 정상적인 통사적 구성 방식이란 국어의 정상적인 단어 배열법, 구를 이루는 방식, 또는 국어의 정상적인 문장 구성에서 볼 수 있는 방식을 뜻한다.
‘늦더위’는 통사적 합성어 형용사 어간 ‘늦-’이 관형사형 어미 없이 바로 명사 앞에 놓여 있다. 현대국어에는 용언의 어간이 명사 앞에 직접 놓임으로써 문장을 구성하는 일이 없다. ‘늦잠’도 ‘늦은 잠’이 되지 않고 어간 ‘늦-’이 명사 앞에 직접 와 있다. ‘검붉다’는 정상적인 단어 배열법에 의하면 ‘검고 붉다’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나 형용사의 어간이 어미의 매개 없이 직접 결합되어 있다. 이렇게 구성 부분의 배열 방식이 국어의 통사적 구성에서 볼 수 없는 합성어를 비통사적 합성어라 한다. 비통사적 합성어를 비통사적 복합어(非統辭的 複合語), 긴밀 복합어(緊密 複合語, close compound), 폐합성어(閉合成語)라고도 부른다.
비통사적 합성어는 어기의 특성과 구성 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할 수 있다.
‘어간(어근)+명사’의 구성 방식을 가지는 비통사적 합성어로는 ‘감발, 덮밥, 접칼, 접바둑, 묵밭, 곶감’ 등이 있다. 국어는 어간 뒤에 어미가 결합해야 하는데 이들 합성어는 어간 뒤에 바로 명사가 왔으므로 비통사적 합성어가 된다. 이들의 정상적인 통사적 구성 방식은 ‘감은 발’, ‘덮은 밥’, ‘접는 칼’ 또는 ‘접은 칼’, ‘접은 바둑’, ‘묵은 밭’ 정도로 어간(어근)에 관형사형 어미가 결합한 형태이다.
‘부사+명사’의 구성 방식을 가지는 비통사적 합성어로는 ‘살짝곰보, 딱성냥, 산들바람’ 등이 있다. 국어에서 부사는 용언(동사, 형용사)를 수식해야 하는데 부사 ‘살짝’, ‘딱’, ‘산들’은 명사 앞에 나왔으므로 비통사적 합성어로 볼 수 있다.
‘부사성 어근+명사’의 구성 방식을 가지는 비통사적 합성어로는 ‘곱슬머리, 보슬비, 물렁뼈, 알뜰주부, 뾰족구두, 꽁생원’ 등이 있다. ‘곱슬, 보슬, 얼룩, 알뜰, 뾰족, 꽁’은 모두 어근인데, 어근과 명사가 직접 결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어간+어간’의 구성 방식을 가지는 비통사적 합성어로는 ‘감싸다, 굶주리다, 날뛰다, 빼앗다, 붙잡다, 얕보다, 얽매다, 헐뜯다, 검푸르다, 희멀겋다’ 등이 있다. 이들의 정상적인 통사적 구성 방식은 ‘굶고 주리다’, ‘날고 뛰다’, ‘검고 푸르다’와 같은 ‘어간+어미+어간’의 구성이다.
‘명사+ㅅ+명사’는 명사와 명사 사이에 사이시옷이 개재된 유형으로 여기에는 ‘콧물, 곗돈, 담뱃대, 바닷가, 치맛바람’ 등이 있다. 이러한 사이시옷의 개재 현상은 일반 명사구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어서 사이시옷은 말하자면 그 구성이 복합어임을 일러 주는 일종의 표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구성 방식은 구를 이룰 때는 볼 수 없는 것이어서 복합어에만 볼 수 있는 복합어 고유의 구성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것이 복합어인지 구인지가 구별되지 않아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없다.
한편, 둘 또는 그 이상의 형태소가 결합하여 이루는 단어, 즉 파생어를 포함하는 부류를 ‘복합어’라고 부르는 경우 ‘비통사적 합성어’는 ‘비통사적 복합어’로 불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