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크라트 (technocr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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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국가 행정과 경제, 사회적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전문가, 혹은 전문가 관료.
이칭
이칭
기술 관료(技術官僚), 전문가 관료(專門家 官僚)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내용 요약

테크노크라트는 과학적,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국가 행정과 경제, 사회적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전문가, 혹은 전문가 관료이다. 현대 사회의 테크노크라트는 과학, 공학, 경제학, 경영학, 법학 등 다양한 전문가 집단을 포괄한다. 테크노크라트 개념은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 질서와 경제 활동을 합리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테크노크라트의 활동은 국가와 역사적 시기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다. 다만, 과학적 전문성과 엘리트주의 접근이 복잡한 세계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비판적 논의가 있다.

목차
정의
과학적,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국가 행정과 경제, 사회적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전문가, 혹은 전문가 관료.
내용

한국에서 테크노크라트는 흔히 기술관료(技術官僚)로 번역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번역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마치 과학 기술 분야의 전문가로 국한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9세기 이후 기술관료를 구성하는 주요한 직업군은 과학자와 엔지니어에 한정되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을 이끄는 정치 · 행정 · 경제 부문의 전문가 역시 테크노크라트라고 불린다.

테크노크라트는 테크노크라시(technocracy)라는 사회적 비전과 관련이 있다. 테크노크라시란 과학적 전문지식의 권위가 정치 · 행정 · 사회 부문의 의사 결정에 깊이 관여하고, 제도적 절차를 통해 의사 결정이 작동하는 사회 형태를 의미한다. 기술 진보와 과학적 에토스를 기반으로 하는 전문 지식이 정치 권력의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제임스 번햄(James Burnham)은 이 현상을 관리 혁명(Managerial Revolution)이라고 불렀다. 다니엘 벨(Daniel Bell) 역시 테크노크라트가 전문 지식을 기초로 정책 결정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정치 체제를 테크노크라시로 보았는데, 이 때 테크노크라트는 주로 경제 전문가를 의미한다.

현대 사회의 테크노크라트는 과학, 공학, 경제학, 경영학, 법학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 집단을 포괄한다. 따라서 현대적 의미에 충실하도록 테크노크라트를 번역하면 ‘전문가 관료’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근대라는 새로운 사회를 열 키워드로서 테크노크라시를 실천했던 19세기 전반 프랑스 생시몽주의자들의 견해를 적극 반영한다면, ‘기술관료’라는 번역이 크게 어긋나지는 않는다. 생시몽과 그 제자들은 자연 법칙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 질서와 경제 활동을 합리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과학자와 엔지니어, 금융가, 산업가들이 도덕성에 기초한 정치권력을 가질 때 테크노크라트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테크노크라시와 테크노크라트를 둘러싼 20세기의 논의는 크게 세 갈래로 나누어진다.

첫째, 과학과 기술 중심의 세계관과 전문가 활동이 어떻게 인간 사회를 기계화하고 인간의 소외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사회학적, 철학적 논의이다. 막스 베버로부터 비롯된 이 논의는 독일의 비판 이론가들을 거치며 현대 사회 과학에 영향을 미쳤다.

둘째, 현대 정치학은 테크노크라시가 엘리트주의와 권위주의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민주적 대표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체제인지에 대한 논의이다. 선출되지 않은 전문가의 지배와 도덕적 · 이념적 가치 및 사회 정의를 경시하는 경향이 현대 정치의 위기 요인으로 지적되었다.

셋째, 근대 사회에서 테크노크라시와 테크노크라트의 등장과 전개를 다룬 역사 연구에 대한 논의이다. 테크노크라트의 모습은 이들이 등장한 구체적인 국가적, 시대적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다. 멕시코를 비롯하여 라틴 아메리카 국가의 테크노크라트는 대개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귀국 후 정부에서 일하는 경제 전문가를 언급할 때 사용되었다. 반문화(counter culture)운동이 활발했던 1960년대 미국의 지식인들에게 산업적 효율성과 생산성, 합리성, 질서를 추구하는 전문가인 테크노크라트의 사회체제인 테크노크라시는 우려의 대상이었다. 아시아의 패권 국가로서 국방 국가를 표방한 1930-40년대 일본의 혁신 관료와 사회주의 중국을 설계하고 성취한 엔지니어 출신의 중국의 테크노크라트 역시 현대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테크노크라트가 등장하고 주목받은 시기는 해방 후 독립된 근대 국가 건설을 추진한 미군정 시대와 이승만 집권 초기, 그리고 발전 국가의 토대를 마련하고 산업화의 기반을 마련한 박정희 집권기이다. 수출 기반 산업 정책이 우위를 차지한 박정희 집권기에 이공계 출신 엘리트 전문가 집단의 활동이 두드러졌다. 전두환 정권 이후에는 경제학자 출신의 테크노크라트가 우세한 위치를 차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테크노크라트 개념의 등장과 전개 과정은 과학적 관점의 사회적, 정치적 적용이라는 근대적 상상과 맞닿아 있다.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꿈꾼 엘리트 전문가들의 이념, 활동, 성과는 국가적으로, 역사적으로 다양하게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테크노크라트의 과학적 전문성과 엘리트주의 접근이 복잡한 세계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적 논의가 있다.

참고문헌

단행본

이홍영, 『중국의 정치 엘리트: 혁명간부 세대로부터 기술관료 세대로』 (나남출판, 1997)
한경희, 『한국 엔지니어의 형성과 발전』 (도서출판 들녘, 2021)
Bell D., The Coming of Post-Industrial Society: A Venture in Social Forecasting. (Basic Books, 1973)
Bertsou E. & Caramani D., The Technocratic Challenge to Democracy. (Routledge, 2020)
Burnham J. The Managerial Revolution: What is Happening in the World. (New York: Day, 1941)
Castro J. & Garza J. A., Technocratic Visions: Engineers, Technology, and Society in Mexico. (University of Pittsburgh Press, 2022)
Mimura J., Planning for Empire: Reform Bureaucrats and the Japanese Wartime State. (Cornell University Press, 2011)
Roszak T., The Making of a Counter Culture: Reflections on the Technocratic Society and its Youthful Opposition. (Anchor Books, 1969)

논문

정지희, 「전시 일본의 국가정체성과 동아시아 질서: 국방국가 구상과 ‘초근대’의 상상」 (『일본비평』 20,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2019)
Robert B. C., The Birth of Technocracy: Science, Society, and Saint-Simonians (Journal of the History of Ideas 35(3),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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