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은 행정구역에서 가장 작은 단위이다. 인간이 태어나서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공동생활을 ‘모둠살이’라고 할 때, 마을은 모둠살이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공동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기능을 하는 여러 조직이 있다. 마을회· 동계· 대동계는 마을 운영을 위한 상위 조직이고, 여기에 노인회 · 부녀회 · 청년회 등이 결합되어 있다. 마을회관은 주민 총회인 대동회를 비롯하여 공동체의 각종 대소사와 집회가 열리는 상징적인 문화 공간으로 기능한다. 마을회관의 전신(前身)은 일제강점기의 집회 장소인 공회당(公會堂)이다. 유사한 전통을 거슬러 올라가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농사일을 상의하던 농청(農廳)이나 호남 지방에 두루 분포한 모정(茅亭) 등이 있다. 이와 함께 전통 마을에서 볼 수 있는 정자나무 역시 집회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마을 문화의 공간이다. 특히 두레로 논을 매던 시기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정자나무에 모여 역원(役員)을 뽑고 품값과 작업 순서 등을 결정하였고, 칠월칠석이나 백중 무렵에는 두레를 마무리하는 호미씻이(洗鋤宴)를 베풀었다. 마을회관이 일반화된 것은 1970년대 초 새마을운동 이후이다. 공동생활의 필요와 정부의 지원에 의해 각 동리(洞里) 단위로 회관 건립이 본격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구성원들로부터 토지를 기부받거나 공공 기금으로 건물을 지으며 자치적인 운영 체계를 갖게 되었다.
마을회관은 행정리 단위로 건립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만 거리가 다소 떨어진 산촌(散村)의 경우 생활 문화를 공유하는 자연촌별로 세우기도 한다. 가령 충청남도 홍성군 결성면 형산리는 원형산 · 구수동 · 주교마을이 하나의 행정리를 구성하지만 마을회관은 각각 보유하고 있다. 행정구역과는 무관하게 예전부터 독자적인 동계(洞契)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을회관은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개 노인들의 친목과 휴식을 위한 노인 회관을 겸하거나 유사한 역할을 하는 별도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공동생활에 필요한 각종 비품과 장비를 보관하는 창고가 딸려 있다. 마을회관은 농어촌과 도시를 불문하고 연중행사(年中行事)가 이루어지는 중심 공간이다. 정월대보름 전후에 열리는 동제(洞祭) 준비와 지신밟기 · 윷놀이 및 마을 잔치가 그 좋은 예이다.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동제의 경우 전통 사회에서는 제관이나 제사의 기도를 담당하는 사람이 제물을 준비했지만, 근래에는 마을회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겨울철 농한기(農閑期)에는 구성원들이 마을회관에서 함께 점심을 먹는 관행이 확인되기도 한다.
최근 농어촌의 노령화 및 공동화에 따라 마을회관은 그 기능과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마을회관은 단순한 집회 장소가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중심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정보화 사회로의 이행과 그린투어리즘(Green Tourism) 등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다. 이로 인해 마을회관이나 그 인근에 다양한 디지털 기기를 갖추고 사무 및 휴식 공간과 급식 시설, 놀이 시설 등을 운영하는 마을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마을회관은 공동체의 모둠살이와 연중행사는 물론 복지를 포괄하는 다목적 생활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