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2월 1일로 노비일(奴婢日)·일꾼날이라고도 한다. 가을 추수가 끝난 다음, 머슴들은 겨울 동안 크게 힘드는 일이 없이 평안하게 지냈으나 2월에 들면서 농사일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고된 일이 시작되기에 앞서 일꾼들을 하루 쉬게 하여 즐겁게 놀도록 하는 것이다. 일꾼 머슴에게 돈을 주어 쓰도록 하며, 음식을 장만해서 배불리 먹고 취흥에 젖도록 한다. 『경도잡지(京都雜志)』에 의하면, 이날 정월대보름에 세웠던 볏가릿대를 내려서 그 속에 넣었던 곡식으로 송편 등의 떡을 만들어 머슴들로 하여금 먹게 했다 한다.
머슴들이 이 떡을 나이 수대로 먹으면 좋다고 하며, 이날은 머슴들끼리 모여 풍물을 치고 노래와 춤으로 즐기기도 하였다. 경상남도 의령이나 양산에서는 머슴날이 성인식(成人式)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소년은 신체가 건강해도 어른들과 노동력을 맞교환하는 품앗이를 못하는데, 당년 20세가 되는 청년은 머슴날에 동네 어른들과 일꾼들에게 술과 음식을 한턱 낸다.
그러면 그 해부터는 성인으로 인정받아 어른과 품앗이를 할 수 있게 된다. 머슴날에 이런 성인식을 하지 않았을 때는 두레가 났을 때 하는 수도 있다. 머슴날은 평소에 대접받지 못했던 머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어, 그 해의 농사에 전념하도록 하려는 의도에서 여는 농경의례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