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의도구로서의 무구는 장구·징·제금 등의 무악기(巫樂器)와 신칼·작두 등의 도검류(刀劍類), 엽전·산통 등의 무점구(巫占具) 및 방울·지전·부채·오색기 등의 소도구가 있다. 무구 자료는 중부·영동·호남·영남·제주도·이북지역으로 구분하여 그 종류와 형태 및 기능을 살펴볼 수 있다.
(1) 중부지역의 무구
중부지역에서 무가와 춤의 반주 악기 중 타악기로 장구(테 지름 42㎝, 길이 70㎝)·징(지름 41㎝)·제금(지름 28㎝) 등의 타악기가 있고, 현악기로 해금이 있으며, 취주악기로 피리와 젓대가 있다. 장구·징·제금은 무당이 소지하는 악기이고, 피리·젓대·해금은 무악 반주의 전문 악사인 잡이가 소지한다.
큰 굿에는 삼현육각(三絃六角)을 잡히는데, 여기에 동원되는 악기는 피리 2, 해금 1, 젓대 1, 장구 1, 북 1이다. 이렇게 구색을 갖추지 못할 때는 외잡이, 즉 피리 하나, 좀 나으면 양잡이, 즉 피리와 해금 각각 하나씩이고, 삼잡이는 피리·해금·젓대가 각각 하나씩 있게 된다. 피리 하나가 딸리는 외잡이굿은 간소한 굿이고 보통 굿은 피리와 해금이 딸리는 양잡이로 한다. 큰 굿이라야 삼잡이가 딸린다. 이 때 외잡이·양잡이·삼잡이에 관계없이 언제나 기본이 되는 것은 장구와 제금이다.
이들 무악기는 무가를 부르고 춤을 추기 위하여 사용되는데, 이 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기본악기는 장구이다. 장구는 <바리공주풀이> 같은 무속신화를 부를 때 무당이 한 면만 두드리기도 하고, 신들려 공수를 줄 때 장구를 쳐서 대답을 하기도 한다. 이밖에 악기류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목탁과 경쇠가 있는데, 이것들은 굿에 직접 사용되지 않고 신을 모신 방의 신단에 치성을 드리며 축원할 때 무당이 사용한다.
도검류로 언월도·삼지창·신칼·작두가 있다. 언월도와 삼지창은 장군굿거리나 신장거리를 할 때 무당이 신의 위엄을 상징하기 위하여 손에 들고 춤춘다. 삼지창은 이밖에 신에게 굿의 효험 여부를 판결하기 위한 ‘사슬세우기’를 할 때 돼지머리나 소머리를 찍어 거꾸로 세우는 데도 사용한다. 작두는 무당이 신의 영검을 보이기 위하여 작두타기를 할 때 사용한다.
무당은 맨발로 쌍날 작두 위에 올라서 춤을 추며 공수[神託]를 내린다. 신칼은 대신칼이라고도 하는데 잡귀를 물리칠 때 무당이 손에 들고 휘저으며 축원하는 도구이다. 굿을 다 마친 후 신칼을 땅에 던져 칼끝의 방향으로 신들이 굿을 잘 받았는지 여부를 점치기도 한다. 칼끝이 밖을 향하면 순조롭게 굿을 받은 것으로 믿는다.
도검류의 형태를 보면, 언월도는 길이 70㎝의 나무자루에 50㎝의 반달형 쇠날이 박힌 칼이고, 삼지창은 80㎝ 길이의 나무자루에 30㎝ 길이의 세 갈래로 된 쇠창살이 박힌 것이다. 작두는 80㎝ 길이의 쇠 칼날 두개를 15㎝ 폭으로 그 양 마구리를 고정시킨 쌍 칼날이다. 신칼은 20㎝ 길이의 쇠(또는 대나무)칼에 백지의 종이 술(길이 40㎝)을 여러 개 잡아맨 것이다.
무점구로는 엽전과 점통·점책·점상이 있다. 점상은 쌀 3되 3홉을 상 한가운데 모아놓고 신수(身數)를 볼 사람의 생(生)·시(時)·성명(姓名)·주소를 대며 축원한 다음 쌀 무더기 주위에 흩어진 쌀알의 수를 보고 점을 친다. 이것을 쌀점이라 한다. 엽전을 가지고 점을 칠 때도 엽전 7개 또는 9개를 손에 들고 쌀점 칠 때와 마찬가지로 축원하며 흔들다가 점상 위에 던져 그 엽전이 포개지는 수를 보고 점을 친다.
쌀이나 엽전의 경우 둘씩 포개진 것을 빼낸 홀수가 맨 마지막에 떨어져야 좋다고 믿는다. 점통은 얇은 대쪽(너비 0.5㎝, 길이 12㎝)에 육효(六爻) 점괘를 표한 60쪽의 산(算)을 담은 원통(통나무 속을 파내었음.)인데, 이것을 들고 쌀점과 같은 식의 축원을 하며 흔든 다음 뽑은 산의 괘를 점책 괘에 맞추어 운수를 맞히는 것이다.
이상 예거(例擧)된 무구 외 방울과 부채가 있다. 방울은 무당이 신을 청할 때 손에 들고 흔들어 소리를 내는 강신(降神)용구이고, 부채는 무당이 춤을 출 때나 인간에게 복을 줄 때, 신의 위엄을 나타내는 모의동작에서 사용된다. 부채는 부처 셋을 그린 삼불선(三佛扇), 칠성을 그린 칠성선(七星扇), 일월을 그린 일월선(日月扇) 등이 있다.
(2) 영동지역의 무구
이 지역의 무악기로는 장구·징·꽹과리·제팔이(제금)가 있다. 무악기는 굿할 때 무가와 춤의 반주로 쓰이는 것인데, 이 중에서도 장구가 주역이 된다. 무악기는 특별히 신장이라고 해서 무당 집에서 신성하게 모신다. 굿을 하러 가기 전이나 끝나고 돌아오면 무당은 악기 앞에 술 한잔을 올린다.
무악기의 배열을 보면 굿상 앞에 무당이 서고 그 무당을 중심으로 해서 반원형으로 무악기가 배치되는데, 무당 정면에 장구와 징이 있고 그 좌우로 각각 꽹과리가 배열되고, 제팔이는 보통 장구의 좌측 꽹과리 다음에 앉는다. 굿에서 장구·징·제팔이는 각각 하나로 기본이 되고 굿의 대소 규모에 따라 큰 굿에는 보통 꽹과리가 4∼6개까지도 동원된다. 이들 무악기의 형태나 크기는 앞에서 본 중부지역의 것과 같은데, 장구는 중부지역의 것에 비하여 작은 편으로, 크기가 45∼50㎝가 되고 조립식으로 간편하게 들고 이동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무점구로는 명두점에 사용되는 명두(明斗)와 명두 바릿대가 있다.
명두는 3㎜ 두께의 놋쇠 원판(길이 20㎝)이 반구형으로 약간 옴폭한 것인데, 볼록한 바깥쪽은 거울처럼 반질거리고 오그라든 안쪽은 거친데, 여기에 일월(日月)과 칠성(七星)이 박혀 있다. 그리고 오그라든 안쪽 중심에 지름 2㎝의 놋쇠고리가 달리고 이 고리에 약 2m의 무명 끈이 달려 있다. 명두바릿대는 지름 25㎝ 내외, 높이 13㎝ 내외의 나무 함지박에 찹쌀을 가득 채워놓은 것이다.
명두의 사용방법은 명두바릿대의 쌀에, 명두에 달린 무명끈 목을 바싹 손으로 잡고 명두판을 수직으로 꽂아놓으며 축원한다. 그 축원내용은 점치는 장본인의 생·시·성명을 대고 점치는 사유를 대며 잘 거두어달라는 요지이다.
축원이 끝나면 명두를 명두바릿대에서 뽑아 명두판 안쪽에 쌀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점을 치게 된다. 명두를 쌀이 붙은 채 명두바릿대에 톡톡 쳐서 쌀알을 떨어내어 최후로 남는 쌀알이 홀수이면 길하다. 쌀을 놓는 점상이 있는데 중부지역의 것과 유사하다.
도검류로는 대 신칼이 있다. 길이 20㎝, 너비 3㎝의 쇠칼에 10㎝ 길이의 백지의 종이 술이 달린 것이다. 용도는 굿이 처음 시작되는 부정굿에서 무당이 평상복에 두건을 하고 굿상 앞에 앉아 대 신칼을 들고 부정굿 무가를 구송하고 나서 일어나 그 대 신칼로 사방을 휘저어 부정을 헤쳐내는 데 사용된다.
그리고 굿의 맨 마지막 순서인 거리풀이에서 화랭이[鼓手]가 대 신칼을 들고 서서 <거리풀이> 무가를 구송하면서 굿에 모여들었던 온갖 잡귀를 퇴송시키는 데 사용된다. 이밖에 굿 도중 제차인 장수굿에서 굿상 앞에 놋쇠로 된 동이에 대신칼을 넣고 굿을 하여 장군신의 위엄을 보이는 데도 사용한다.
이상으로 보아 대 신칼의 기능은 잡귀나 악신을 위협하고 무찌르는 무기의 성격을 지닌 무구이다. 이밖에도 부채와 방울이 있는데 형태와 용도는 앞에서 본 중부지역의 것과 비슷하다.
(3) 호남지역의 무구
호남지역에서 굿할 때 반주되는 무악기로는 장구·북·징·피리·젓대·해금·가야금·아쟁·정주 등이 있다. 장구·북·징은 단골이 기본 무악기로 갖추는 것이고, 피리·젓대·해금·가야금은 전문 무악사(巫樂士)인 고인들이 휴대하고 다닌다. 장구·북·징·피리·젓대·해금의 형태와 크기는 중부지역의 것과 같다. 가야금의 형태와 크기도 일반 국악악기로 쓰는 가야금과 같다.
정주는 절에서 쓰는 경쇠와 같은 것으로 제석굿을 할 때 무당이 손에 들고치면서 무가를 부른다. 호남지역의 무악기는 타악기로 장구·북·징, 관악기로 피리·젓대, 현악기로 해금·가야금이 사용되어 관·현·타, 3종의 악기가 쓰이고 있다. 악기 외 신칼과 지전(紙錢)이 굿에 사용된다.
신칼은 너비 2㎝, 길이 20㎝의 대쪽의 끝에 백지의 종이 술(길이 36㎝)을 단 것인데 단골이 굿을 할 때 손에 들고, 특히 망인의 넋을 올릴 때 사용한다. 지전은 돈을 상징하는 것으로 백지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 만든 것인데, 단골이 춤을 출 때 손에 든다.
(4) 영남지역의 무구
이 지역에서 굿할 때 무악의 반주악기로 사용하는 무구로는 장구·징·제팔이(제금)·꾕쇠(꽹과리)·피리·젓대·호적 등의 무악기와, 놀이칼(신칼)·방울·수징(首釘) 등이 있다.
징·제팔이는 중부지역의 것과 형태와 크기가 같고, 꾕쇠는 영동지역의 것과 같다. 다만, 장구가 중부지역에 비하여 작은데 그 크기는 길이 37.5㎝, 장구통 지름 22㎝, 테의 지름 40㎝이다. 꾕쇠는 지름 20㎝, 전의 높이 4.8㎝이며, 징은 지름이 35㎝, 전의 높이 9㎝로 다른 지역의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제팔이는 지름이 13㎝로, 중부지역의 제금에 비하여 형태는 같으나 크기는 다소 작은 편이다.
북·피리·젓대·호적 등은 다른 지역의 것과 형태나 크기가 같고, 이들 무악기는 별신굿과 같은 큰 굿에서나 사용되며, 보통 굿에서는 장구·징·꾕쇠·제팔이만 사용된다. 특히 젓대는 청신삼현이라 하여 각 석(席 : 굿거리)을 시작하기에 앞서 연주한다. 놀이칼은 중부지역의 신칼과 같은 것인데, 너비 3㎝, 길이 20㎝의 대쪽에 40㎝ 길이의 백지의 술을 단 것이다. 화랭이가 굿의 맨 마지막 순서인 거리굿(거리풀이)에서 이 놀이 칼을 들고 굿에 모여든 잡귀를 퇴송시킬 때 사용한다. 방울은 중부지역에서 사용하는 것과 형태가 비슷한데 길이 0.3㎝의 철사를 U자형으로 꼬부려 지름 3.3㎝의 방울이 달려 있다. 한쪽에 방울이 2개, 다른 한쪽에 방울이 1개 달려 있고, 방울대 전체 길이가 13.3㎝이다.
이 방울은 현재 사용되지 않고 약 60여 년 전까지 사용되던 것이다. 수징은 너비 6.8㎝, 길이 13.3㎝의 얇은 놋쇠 판에 봉황 1쌍을 서로 마주보게 음각하고 중앙에 ‘十’자형 구멍이 뚫렸으며, 하단에 5.5㎝ 길이의 촉이 붙어 큰 머리의 앞에 꽂게 되어 있는 것인데, 이 수징 한 쌍 역시 현재는 쓰지 않고 과거에 사용되었던 것이다. 약 60여 년 전까지 별신굿과 같은 큰 굿에는 해금·가야금·거문고 등의 현악기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현지 무당들로부터 들어서 알 수 있다.
(5) 제주도의 무구
제주도에서 굿에 사용되는 무악기는 장구·북·대영(징)·꽝쇠(꽹과리)·바랑이(제금)·요령(搖鈴)·설쇠가 있다. 이들 무악기는 굿할 때 무가와 춤의 반주악기로 사용되는데, 제주도에서는 타악기가 무악기의 주류를 이룬다.
이들 무악기의 형태와 크기를 보면, 장구는 테의 지름 26㎝, 전체길이 47㎝로 다른 지역의 장구에 비하여 매우 작다. 징·꽝쇠(꽹과리)·북의 크기와 형태는 일반적인 것과 같다. 바랑이는 지름 12㎝로 타지역의 것에 비하여 극히 작은 편이며 형태는 일반적인 것과 같다. 요령은 지름 6㎝의 옴폭 팬 놋쇠로 만든 종 모양의 것에 길이 80㎝의 청·홍·황·녹·백색의 헝겊 끈이 달려 있다.
설쇠는 놋쇠로 만든 양푼 모양으로 지름 20㎝, 높이 12㎝의 크기인데, 사용방법은 이것을 엎어놓고 지름 0.8㎝, 길이 20㎝의 실로 딱딱하게 꼬아 만든 끈 두개를 양손에 하나씩 갈라 쥐고 두들긴다. 무점구로는 멩두[明刀]와 천문(天門)이 있다.
멩두는 놋 쇠칼에 종이 술이 달린 것인데, 술을 잡고 두 개를 동시에 바닥에 눕혀 칼날이 앉는 위치를 보고 점을 치는 데 사용한다.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있는 모습이 길하다고 믿는다. 천문은 상잔과 함께 상판에 놓고 던져서 역시 그 떨어진 모습을 보고 점을 친다.
(6) 이북지역의 무구 황해도·평안도 등 이북지역의 무구에는 칼이 많다. 먼저 잡귀를 풀어 먹이는 신장 칼이 있는데 놋쇠로 만들고 자루는 나무이다. 돼지를 잡아 타살굿을 할 때 양손에 들고 휘두르면서 춤춘다. 장군 칼은 작두거리에서 사용하는 칼이고 칠성검은 칠성굿을 할 때 사용한다. 그외 대신칼, 사슬을 세울 때 사용하는 삼지창, 길이 1m가 넘는 큰 칼도 있다.
장군신의 위엄을 보이기 위해 드는 것이다. 그 외 오방기가 있고 신을 청할 때는 방울을 든다. 방울은 특히 조상을 모실 때 중요한 무구이다. 제석굿을 할 때는 작은 갱쇠를 들고 반주하면서 무가를 부른다. 굿을 할 때는 반드시 명도를 모셔놓는데 명도는 여러 개를 한지에 싸서 신체로 모신다. 황해도에서는 광대라고 부르는 탈이 있어서 대동굿이나 배연신굿을 할 때 무녀가 머리에 얹는다.
지금까지 살펴본 무구들의 지역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형태적인 면에서 볼 때 남부지역, 특히 제주도와 영남지역의 무구는 중부·북부 지역의 것에 비하여 현저하게 작다. 무악의 기본악기인 장구는 남부의 것이 작으며, 제금(악기)도 남부의 것이 작다. 중·북부지역의 무구에는 언월도·삼지창·작두와 같은 도검류가 있는데, 남부지역에는 형식화된 도검류로 신칼이나 멩두(제주도)가 있을 뿐이다.
무구 중에서 무악기의 종류로 볼 때 중부·북부 지역에는 타악기가 주종을 이루는 인상을 주나 호남지역의 경우는 타악기 외 관악기와 현악기가 고루 쓰인다. 피리·젓대·해금은 중부지역에서도 쓰이나 북부지역에서는 장구·징·북·꽹과리 등 타악기 일색으로 갖춘 인상을 준다. 제주도의 무구는 다른 지역에 비하여 독특한 면이 있다.
북의 사용에 있어서 북채 둘을 양손에 갈라 잡고 북의 한 면을 두들기는 사용법은 타지역에서 발견되지 않는 독특한 것이다. 설쇠와 멩두·산판도 독특한 것으로 꼽을 수 있다. 제주도를 제외한 남부지역은 중부·북부에 비하여 무점구가 극히 희박한 편이다.
이상과 같이 중부·북부지역과 남부지역의 무구가 지역적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데, 무당의 기능에 따른 제의상의 차이에서 오는 원인이라 생각된다. 즉, 중부·북부 지역은 강신무가 주류를 이루어 신의 영력 위주로 제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강신의 황홀경으로 몰입해가는 데 필수적인 타악기와, 그 신의 위엄을 나타내기 위한 도검류가 필요하게 된다.
이에 비하여 남부지역의 세습무는 신의 영력이 없기 때문에 황홀경으로 몰입되지 않아 춤과 무악이 완만하여 현악기가 사용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무점구 역시 세습무는 영력이 없어 점의 기능이 없기 때문에 별로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