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국문필사본. 장서각소장본에는 필사연대가 갑자(甲子)로,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본(舊 김동욱 소장본)에는 계해(癸亥)라고 되어 있다. 각각 1924년·1923년이라고 추정할 수 있으나, 정확한 창작연대는 알 수 없다. 내용은 양본 모두 동일하다.
전라도 순천 땅에 사는 김진사의 딸 춘영과 윤사간의 아들 경열은 양가의 부모 앞에서 부부되기로 약속하고는 곧 헤어진다. 그 뒤 갑자기 윤사간이 병을 얻어 죽고 그의 부인 또한 죽자 경열은 졸지에 고아가 된다. 이때 전라도 병마절도사로 있는 박병사가 춘영의 미모와 현숙함을 보고 혼인을 제의한다. 춘영은 그것을 완강히 거절하였으나 대세를 거스를 수 없음을 알고는, 혼인 전날 밤 남장을 하고 도망친다.
도망가던 중 마침 방물장수를 하는 황소사를 만나 그녀의 집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황소사는 춘영을 남자로 알고 사위를 삼으려 한다. 춘영은 일단 그것을 허락하고는 공부를 핑계삼아 유마사라는 절로 피신한다. 유마사에는 양법사라는 화승(畵僧)이 있어서 춘영의 얼굴을 보고는 미인도(美人圖)를 그리게 된다.
이 미인도는 박병사가 특별히 부탁한 것이었으므로 그림이 완성되자 양법사는 박병사에게로 떠난다. 우연히 김진사의 집에서 하루를 묵게 된 양법사가 미인도를 보여주자 김진사 내외는 그림을 안고 통곡한다. 그리고는 강제로 빼앗다시피 하여 그 그림을 산다. 양법사는 박병사에게 가서 그림을 못 가져온 까닭과 그 미인도를 그리게 된 경위까지 상세히 이야기한다. 이야기를 듣고 난 박병사는 춘영이 남장을 하고 유마사에 은신하여 있음을 짐작하고는 병졸을 풀어 잡아오도록 명한다.
한편, 춘영은 잠깐 잠이 들었는데 꿈에 윤사간이 나타나 도망치라고 한다. 춘영은 달아나다가 윤경열의 외조부를 만나 그 집에서 지내게 된다. 춘영을 놓친 박병사는 분통해 하며 김진사 내외, 황씨 모녀를 잡아다 옥에 가두고 죽이려고 한다. 마침 경열이 별과에 합격하여 전라도 암행어사로 내려와 박병사를 엄벌에 처하고 네 사람은 물론, 무고하게 갇혀 있는 백성들을 풀어준다. 그는 춘영과 혼인하고 황소사의 딸을 작은댁으로 맞아 부귀영화를 누린다.
이 작품은 권선징악을 표방하고 있다. 구성이 다소 산만하고 우연성이 노출되고 있는 단점이 있지만, 독자들이 충분히 흥미를 가지도록 구성이 오밀조밀하게 짜여 있다. 또한, 백성들이 탐관오리의 횡포에 시달리는 모습을 작중인물을 통하여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민중의식의 성숙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