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의 제2시집 『생명의 서(書)』(行文社, 1947)에 실려 있다. 작자의 초기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연 구분이 없고 12행으로 된 이 작품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내 죽으면 한개 바위가 되리라/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억년(億年) 비정의 함묵(緘默)에/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흐르는 구름/머언 원뢰(遠雷)/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두쪽으로 깨뜨려져도/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바위는 자연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강하고 질긴 생명을 표상하는 상관물이다. 본래 인간은 정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희로애락에 젖는다. 작품의 화자 역시 여린 마음의 소유자인 듯 그 것 때문에 괴로움을 지닌 듯하다.
이에 그에 맞서는 위치에 있는 객체로 바위를 제재로 택하고 그 심상을 통하여 희로애락을 초월할 수 있는 강한 정신세계를 노래한 것이다.
작자의 이 무렵 작품인 「비력의 시」·「원수」·「일월(日月)」 등과 그 세계가 상통한다.
이 작품은 당시 우리 시단의 서정시가 대체로 여성적 감정을 주조로 한 데 반하여 남성적인 굵직한 말투를 느끼게 하는 것이 그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