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부터 가을까지 하는 밭매기는 여성들의 일과에서 빠질 수 없는 일 중 하나였다. 한꺼번에 큰 힘이 드는 일은 아니지만, 햇볕이 내리쬐는 날씨에 쪼그리고 앉은 자세로 장시간 밭을 매는 일은 고된 작업이었다. 상황에 따라 한두 명이 하기도 하고, 여러 명이 함께 하는 경우도 있다. 혼자 밭을 맬 경우에는 일의 완급을 조절할 수 있으므로 개인적 심사(心事)를 표현하기 용이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연되는 소리들은 분량이 늘어나고 이야기의 서두, 중간, 결말 등이 갖추어지는 서사민요로 발전하기도 한다. 여성들이 부르는 밭매는 소리에는 생활에 따른 부조리함을 노래하거나, 가족 간의 갈등에서 희생당해야 했던 여성의 한을 표출한 노래가 많다. 가창자들은 노래를 통하여 부당한 현실에 항거(抗拒)하고 풍자(諷刺)하고자 하였다.
「밭매기노래」를 부르는 곡조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강원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 동부 산간 지역에서는 메나리조, 전라남도에서는 육자배기 가락, 일정한 곡조 없이 자유 리듬으로 읊조리며 흥얼거리는 곳도 있다. 가창 방식은 작업의 상황에 따라 독창(獨唱)으로 부르는 경우와 여러 사람이 선후창(先後唱) 또는 교환창(交換唱)으로 부르는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전라남도의 해안이나 도서 지역에서 전해지는 < 흥글소리>는 ‘흥얼거리면서 하는 소리’라는 뜻이다. 관련 자료는 아래와 같다.
어매 어매 우리 어매 멋 할라고 나를 나서 날 이런 데 여왔는가 / 울어머니 날 슬 때는 온갖 노물이 다 쌨는디 곰곰초를 원했든가 / 곰곰삼삼 생각하믄 아무래도 못 살겄네 / 어매 어매 울어매가 날 슬 때나 시어마니 딸 슬 세나 / 나무장반에다 물 실은 듯이 반반 질러 생각하믄 어뜬 사람이 시집을 못 살게 / 어매 어매 우리 어매 요내 나를 데려가소 / 임아 임아 어린 임아 / 한 이불 속에서 잠을 자도 이내 속을 몰라주네 / 임아 임아 정들었다고 정엣말 말소 / 이별수 들면은 못할 말이 다 없이 하네(후략)(전라남도 고흥군 도양읍 관리 관하 정영엽(1929년생), 『한국민요대전: 전남민요해설집』)
위 노래의 화자(話者)는 시집살이를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어매 어매 울 어매” 사설을 반복하면서 친정어머니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하소연한다. 현재 화자의 처지를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은 친정어머니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생활을 정리하고 스님이 되어 출가할 것이라고 하며, 자신이 생활한 흔적을 보려면 농 틈에 찔러 놓은 행주치마를 보라고 한다. 흥글소리는 대부분 6박의 구조가 내재하여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4박 구조도 나타난다. 서사민요와 같이 고난을 겪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노래하면서 가창자 자신의 경험을 담기도 한다.
아래는 다른 갈래를 차용(借用)한 형태이다.
이 팔밭을 뛰지 가주 누캉 묵고 사노 / 너캉 나캉 둘이 묵고 살지 / 이 팔밭을 뛰지 가주 누캉 묵고 사노 / 너캉 나캉 묵고 살지 / 이 팔밭을 뛰지 가주 누캉 묵고 사노 / 너캉 나캉 묵고 살지(경상북도 경주시 산내면 내칠1리 상개태 박수행(1927년생), 『한국민요대전: 경북민요해설집』)
위 인용문은 ‘우렁각시’ 설화(說話)와 관계된 민요이다. 혼자 살던 나무꾼이 화전 밭을 일구면서 혼잣말을 하니 그것을 들은 우렁각시가 자신과 함께 먹고 살자는 내용을 반복해서 노래하였다. 이처럼 다른 갈래의 사설을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것은 「밭매기노래」의 특징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