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열나흗날 저녁에 가난한 집 사람들이 부잣집에 살그머니 들어가서 그 집 주인 몰래 대문 안의 흙을 훔쳐가지고 와서 그 이튿날 아침 그 흙을 자기 집 부뚜막에 펴놓는다. 이렇게 하면 그 해는 운수가 터져서 그 부잣집과 같이 잘 살게 된다고 한다.
이날 부잣집에서는 만일 자기네 대문간 흙을 도둑맞든지 하면 도둑맞은 그만큼 복이 준다고 하여 저녁 때가 되면 일부러 문간에서 감시하는 집도 있었다. 흙이란 풍작의 근본이요 문간의 흙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드나들며 밟는 것이므로, 그 흙에는 많은 사람의 복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 풍속이다.
≪경도잡지≫와 ≪동국세시기≫에도 비슷한 풍속이 실려 있으니, 정월대보름날 꼭두새벽에 서울 종각 네 거리의 흙을 파다가 집 네 귀퉁이에 뿌리거나 부뚜막에 바르는데, 이는 재산모으기를 바라는 뜻에서라는 기록이 있다. 복토훔치기는 종각의 흙을 파던 풍속의 잔존형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