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곤강은 일제강점기 『대지』·『만가』·『동물시집』 등을 저술한 시인이다. 1933년 센슈대학을 졸업하고 귀국과 동시에 카프(KAPF: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에 가담했다. 1934년 제2차 카프검거사건 때 체포되었다. 1936년부터 시와 시론을 발표하면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벌였다. 1939년에는 『시학』 동인으로 활약했다. 이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입해 활동했다. 그의 작품은 새로운 시 세계를 개척하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묘사나 설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시작 태도 때문에 전체적으로 응축력이 결여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11년 충청남도 서산 출생으로, 본관은 칠원(漆原), 호는 곤강(崑崗)이다. 본명은 윤붕원(尹朋遠)으로, 아버지 윤병규(尹炳奎)와 어머니 광산 김씨(光山金氏) 사이의 2남 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500석(石)을 하는 부농의 가정에서 태어나 14세까지 한학을 배웠다. 1925년 상경해 보성고등보통학교(普成高等普通學校)에 편입, 1928년 졸업했다. 같은해 혜화전문학교(惠化專門學校)에 입학했으나 5개월 만에 중퇴했다. 그 뒤 1930년 일본으로 건너가 1933년 센슈대학[專修大學]을 졸업했다. 귀국과 동시에 카프(KAPF)에 가담했다가 1934년 제2차 카프검거사건 때 체포되어 전주에서 옥고를 치렀다. 석방 후에는 당진으로 일시 낙향했으며, 이듬해 상경해 1936년 무렵부터 활발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1939년에는 『시학(詩學)』 동인으로 활약했으며, 징용을 피해 낙향, 면서기로 근무하다가 해방 후 다시 상경해 1946년 보성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이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입해 활동하다가 1948년 중앙대학교 및 성균관대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그의 작품 활동은 1936년 시와 시론을 활발히 발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었다. 비교적 다작에 속하는 그의 시세계는 항상 새로운 시세계를 개척해보려는 의욕은 있었으나 지나치게 묘사나 설명에 의존하려는 시작 태도 때문에 전체적으로 응축력이 결여된 결함을 보이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크게 해방 전과 후 두 시기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 시집 『대지(大地)』를 비롯해 『만가(輓歌)』 · 『동물시집(動物詩集)』 · 『빙화(氷華)』는 전기에, 『피리』 · 『살어리』는 후기에 속한다. 『대지』와 『만가』에서는 ‘시는 현실적 · 시대적 진실의 열정적 표현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시론에 충실했던, 소극적 저항의 시기에 쓰인 작품집이다. 자연이나 인생보다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우울한 정서로 노래하고 있다. 카프의 영향과 옥중 생활(獄中生活)의 체험을 바탕으로 식민지 지식인의 허탈과 무력함을 고백하고 있는 그의 시는 결국 자기자신에 대한 만가를 스스로 지어 부르는 자조(自嘲)로까지 진전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제3시집 『동물시집』은 나비 · 올빼미 · 원숭이 · 낙타 등 동물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때까지의 우리 시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특이한 면모를 보이고 있는 작품집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시의 소재인 동물들을 자연물이 아니라 현실의 객관적 상관물(相關物)로 노래하고 있다는 면에서 시세계의 본질은 거의 변함이 없다. 이 『동물시집』과 제4시집 『빙화』에서는 대상과의 객관적인 거리를 통해 감정 과잉이라는 자신의 시적 결함을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다는 면에서 진일보한 경지를 보여준다. 해방과 더불어 그의 시세계는 커다란 변모를 보여준다.
『피리』 · 『살어리』 두 시집에 나타나 있는 그의 새로운 시도는 전통 계승에 대한 관심, 민족정서의 탐구, 밝고 건강한 세계의 지향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에따라 고려가요의 율조나 그 속에 담긴 정서를 되살려 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고려가요의 어투를 차용하거나 율조를 반복하는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큰 성과를 보이지 못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저서로는 평론집인 『시(詩)와 진실(眞實)』(정음사, 1948) 및 기타 편저로 『근고조선가요찬주(近古朝鮮歌謠撰註)』(생활사, 1947) 등이 있다. 시론으로는 「포에지에 대하여」(1936), 「표현에 관한 단상(斷想)」(1936), 「이데아를 상실한 현조선(現朝鮮)의 시문학(詩文學)」(1937), 「시와 현실(現實)의 상극(相克)」(193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