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기의 고승 휴정(休靜)이 중국의 『사가어록』, 즉 중국 임제종을 성립시킨 마조 도일(馬祖道一, 709∼788)·백장 회해(百丈懷海, 749∼814)·황벽 희운(黃檗希運, ?∼850)·임제 의현(臨濟義玄, ?∼867) 4인의 어록 가운데서 중요한 구절을 발췌한 문헌이다.
휴정은 생전에 『사가어록』 가운데서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강서마조사가록초(江西馬祖四家錄草)』를 편찬하였다. 이 『강서마조사가록초』를 다시 정선(精選)하여 간행한 것이 본서이다. 휴정이 사망한 후인 1607년(선조 40)에 전라도 순천 송광사(松廣寺)에서 간행되었다.
여러 간본이 있는데, 우선 전라남도 대흥사(大興寺)에는 휴정의 친필본이 보관되어 있으며 2010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또 1607년 송광사에서 간행된 것은 목판본으로서 『한국불교전서』 제11책에 수록되어 있다.
『사가어록』이란 중국 임제종을 성립시킨 4명의 선승이 남긴 어록이다. 법계를 표시하면, 육조 혜능 → 남악 회양 → 마조 도일 → 백장 회해 → 황벽 희운 → 임제 의현에 해당된다. 한국불교전서본 『정선사가록(精選四家錄)』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전체 4단(段)에 지나지 않는 짧은 문헌이다. 구성은 마조 도일의 시중(示衆), 백장 회해의 상당법어(上堂法語), 황벽 희운의 상당법어, 임제 의현의 상당법어 순으로 배열되어 있다.
내용을 보면 임제종의 중심사상인 돈오(頓悟)사상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돈오사상이란 ‘자기 마음이 본래 부처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 것으로, 인간의 마음은 본래부터 부처와 다름이 없으므로 마음 밖에서 따로 부처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마조 도일의 시중(示衆)에서는 ‘자심(自心)이 곧 부처이니 이 마음이 불심(佛心)인 줄 알고 마음 밖에서 따로 부처를 구하지 말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백장 회해의 상당법어에서는 ‘망상(妄想)만 여의면 곧 여여(如如)한 부처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 황벽 희운의 상당법어에서는 ‘도(道)를 배우는 사람이 무심(無心)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수행하여도 해탈을 이룰 수 없음’을 설하고 있으며, 임제의현의 상당법어에서는 ‘중생이 치구심(馳求心)을 쉴 때 부처와 하나가 됨’을 설하고 있다.
비록 휴정의 친저(親著)도 아니며 대단히 짧은 문헌이긴 하지만, 조선 중기의 선사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조선시대의 조계종은 임제종을 계승하였음을 자부하였는데, 그 임제종의 중심사상인 돈오사상이 잘 드러나 있으며, 나아가 휴정의 사상 경향이 잘 드러나 있는 문헌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