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에 발표한 유치진(柳致眞)의 희곡.
전 1막 2장. 우리 나라 근대극 운동의 선구자이며 사실주의 희곡의 기초를 닦은 그는 초기 작품을 쓸 때만 하더라도 식민지 치하의 참담한 현실을 고발하는 형태를 취했지만, 일제의 탄압에 의해 역사극과 친일극을 쓰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광복과 함께 피압박민족으로서 겪은 사실을 증언형식으로 쓰기에 이르렀는데, 그 첫번째 작품이 <조국>이다.
이 작품은 제목이 상징하듯이 3·1운동을 배경으로 한 항일독립투쟁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 점은 부제로 ‘기미년독립만세’를 붙인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독립투사였던 남편이 일본경찰에 의하여 죽었기 때문에 한 여인이 아들 하나를 키우면서 어렵게 살아간다. 따라서 그의 아들도 자연히 아버지의 뜻과 한을 동시에 지니게 되고, 억울하게 피살된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독립운동에 뛰어든다.
처음에는 외동아들에게 모든 희망을 걸고 살아온 어머니가 완강하게 반대한다. 아들마저 잃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맺힌 그 여인도 결국 아들의 항일투쟁을 은밀히 돕게 된다는 내용이다.
손병희(孫秉熙) 등 33인 중 몇 사람의 실명이 나오는가 하면, 김규식(金奎植)과 하세가와(長谷川好道) 일본군사령관의 이름까지 등장시킴으로써 이 작품이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인 허구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니까 한 가족의 처절한 독립운동을 통하여 민족에 광범한 자각을 불러일으키려는 작자의 진실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민족의 생생한 독립투쟁사를 광복 이후에 썼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일제강점기에는 그러한 작품을 자유롭게 쓸 수 없었다는 점이고 둘째, 광복 직후 정치인들이 권력다툼으로 사분오열된 데다가 좌우익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사회가 혼란의 극에 달하였기 때문이다. 즉, 광복 이후 해이해진 민족정신을 일깨우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작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