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섬은 충청남도 당진시 송악읍 고대리에 있는 마을로, 이곳에서 마을의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는 풍어제를 매년 음력 정월 첫 진일(辰日) 또는 진사일(辰巳日), 곧 용날에 행하는데, 병진일(丙辰日)은 피한다. 2001년 6월 30일 충청남도 무형문화재(현, 무형유산)로 지정되어, 보존 전승되고 있다.
안섬당제의 유래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구전에 의하면 약 35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원래 안섬은 섬이었으나 현재는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된 곳이다. 1930년대에서 1950년대까지 가장 번창하여 연평도 앞바다까지 출어하였으며 어선들과 행상들이 성시를 이루었다고 한다. 예부터 안섬 사람들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해마다 고기잡이를 나가기 전에 해상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당제를 지내오고 있다.
당제는 소제(小祭)와 대제(大祭)로 나뉜다. 당집 안에는 각시를 모신 소당, 용신을 모신 본당, 장군신(임경업장군이라고 함)을 모신 차당 등 3개의 당으로 되어 있다. 위패는 없고 소당 위에만 당감이라고 하는 신의(神衣), 곧 홍감 · 청감과 한지, 미역이 걸려 있다. 당감은 당제를 지낼 때마다 매년 새것으로 갈아주며 헌것은 태운다. 소당에서 모시는 신이 가장 높은 신이기 때문에 제를 지낼 때 소당을 먼저 올린다. 소당에서 모시는 신은 배에서 모시는 배서낭신과 같다.
제의 준비는 동짓달 그믐날 마을총회를 열어 당제의 예산을 세우고 당제를 주관할 당주, 주감(제물 준비나 굿을 진행함), 화장(잡일을 함) 등을 정하는 등 당제와 관련된 제반사항을 논의한다. 섣달 그믐날이 되면 당주집에 왼새끼를 꼬아 금줄을 치고 황토를 펴서 부정한 사람의 출입을 막고, 당주와 주감이 제주(祭酒)를 담근다.
제물은 당할매라고 하는 당주부인이 만드는데, 그 준비는 화장과 주감이 한다. 제상은 주감이 차리는데, 제물로는 소머리와 백무리 떡시루 외에는 일반 제사와 비슷하며 각시당에는 고기가 올라가지 않는다. 그 외에 첫 출항해서 처음 잡은 고기 중 가장 큰 것 2마리를 소금에 절여 말려 두었다가 당제 때 올린다. 그리고 당신이 용신이므로 돼지고기는 금한다.
제의 진행은 먼저 당제 첫날 저녁 7시경에 준비한 제물을 가지고 당주, 떡시루 진 사람, 제물을 진 사람, 풍장치는 사람, 선주들 순으로 올라간다. 이때 풍장 치는 소리가 들리면 온 마을 사람들은 집에 불을 다 켜놓는다. 이때 풍장은 배치기 가락을 친다. 당집에 도착하면 당 앞에 불을 놓고 무당이 부정풀이를 한 다음 산신제를 지낸다.
제가 끝난 뒤 20분 정도 굿을 하고 밤 12시쯤 되면 소지를 오린다. 소지는 소지발기에 있는 대로 본당소지, 대동소지, 어망소지(선주들을 위한 소지), 인집소지(마을 주민들 각자의 소지) 순으로 올린다. 소지가 끝난 뒤 풍장을 치면서 산을 내려오는데 이 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집안에 켜둔 불을 끈다.
이튿날 오전에 선주들이 각자의 배에 가서 뱃고사를 지낸 뒤 오후에 거리굿을 한다. 거리굿은 우물, 잿배기 꼭대가, 큰우물, 장승백이의 장승 순으로 한다. 이때 각자의 집에서 꽃반(작은상에 돈 · 흰실 · 쌀 · 청수 · 수저 등을 놓아 차린 상)을 준비하여 우물에 놓고 용왕제를 지내기도 한다. 거리굿이 끝나면 당주집에 와서 당주를 위한 굿을 하고 먼저 신청한 집 순서에 따라 집집마다 지신밟기를 해준다. 이로써 당제가 모두 끝난다.
대제는 격년 또는 5년에 한 번 형편에 따라 정월 첫 진일부터 3일간 지낸다. 진행과정은 소제와 비슷하나 장승을 새로 깎아 세우고, 제물로 소를 잡으며, 당집에 오를 때 오색기와 봉죽기를 들고 올라가며, 당굿을 크게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과거에는 줄광대가 와서 줄타기도 하는 등 규모가 상당히 컸다고 한다.
당굿은 둘째 날부터 시작하는데 당에서 부정굿으로부터 시작하여 산신굿, 어망굿, 감응굿, 칠성굿, 타살굿, 대감굿, 장군거리, 성주대감, 조상거리, 마당굿, 명도굿 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이튿날에는 군웅굿, 사슬멕이에 이어 끝으로 소나무 활에 수수팥떡을 끼워 동서남북으로 활을 쏘아 귀신을 물리치는 오방굿을 한다. 그 다음 각 선주들의 기에 신장내리기를 하여 신이 자신이 드린 제물을 잘 받았는지를 확인한다.
이렇게 굿이 끝나고 나면 선주들은 당집 옆에 세워 두었던 자기의 뱃기를 가지고 달리기를 하는데 가장 먼저 배에 기를 꽂는 사람이 그해에 고기를 많이 잡는다고 여긴다. 이어 선주들이 자기 배에서 한지 · 떡 · 술 · 고기 등을 놓고 뱃고사를 지낸다. 한지는 각시당의 신체를 의미하며 당굿을 통해 각시당을 모셔오는 것이다.
뱃고사가 끝나면 당집 앞의 장승에서 장승제를 올리고, 첫 번째 대동우물에서 용왕제를 지낸 다음 잿배기의 꼭대기에서 거리굿을 하고 두 번째 대동우물에서 용왕제를, 마지막으로 마을 입구에 있는 장승에서 장승제를 지낸다. 거리굿이 끝난 뒤 당주집에 와서 당주굿을 하고 이어서 마을의 각 집을 돌며 지신밟기를 한다. 당제가 모두 끝난 뒤 당에 올렸던 제물을 가지고 내려와 당제의 총결산을 하는 당심의를 한다.
안섬당제는 1994년 제35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현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출연하여 문화체육부 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현재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서해안 어촌마을의 대표적 당제로 인정받아 매년 마을행사로 열리고 있다.
서해안 어촌마을의 대표적인 공동체 신앙의 한 형태인 안섬당제는 축문이 없고, 당에서 위패도 모시지 않는 등 유교적인 흔적이 보이지 않는, 순 우리식의 제의 형태를 간직하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지적할 수 있으며, 민속학적 의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