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목차
민간신앙
개념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한 귀신.
목차
정의
동물이나 사람의 형상을 한 귀신.
내용

도채비·독각귀(獨脚鬼)·독갑이[狐魅]·허주(虛主)·허체(虛體)·망량(魍魎)·영감(제주도)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삼국유사≫ 등 여러 문헌에도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볼 때 삼국시대도 이미 도깨비신앙이 존재하고 있었다고 추측된다. 인간에게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의 양면성을 보이고 있으나 인간을 살해할 만큼 악독하지 않고, 인간의 꾀에 넘어가 초자연적 힘을 이용당하는 미련함을 보이는 것이 특징적이다.

불도깨비·거인도깨비 등과 같이 가시적인 도깨비와 형체는 보이지 않고 사발 깨지는 소리, 말발굽소리, 기왓장 깨지는 소리와 같이 비가시적인 도깨비가 있다. 형체가 있는 도깨비의 모습은 머리를 산발하고 다닌다든지, 다리가 하나밖에 없어서 껑충껑충 뛰어다닌다든지, 키가 커서 하늘까지 닿고 머리가 구름 위에 솟아 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하나밖에 없는 다리는 옻칠한 것같이 검으며, 키가 너무 커서 옷을 못 해 입고 백지로 가릴 곳만 가리고 있다고도 한다. ≪포박자 抱朴子≫에도 도깨비는 발이 하나밖에 없다고 기록된 것을 볼 때 도깨비의 발이 하나라는 이야기는 고대부터 동양에 널리 퍼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도깨비가 발이 하나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민담이 전한다.

옛날 한 젊은이가 장에 갔다오는 길에 도깨비를 만났다. 도깨비는 젊은이에게 씨름을 하자고 청하였고 젊은이는 도깨비와 여러 번 씨름을 해서 이겼다. 도깨비는 계속해서 대들었지만 다리가 하나밖에 없었으므로 젊은이는 다리를 감아 쉽게 넘어뜨릴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도깨비의 성(性)은 구분되지 않으나 제주도의 도깨비신의 신화인 <영감본풀이>에 의하면 서울 허정승의 일곱째 아들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머리를 산발한 도깨비는 남성도깨비로서, 성질이 거친 경우가 많으며 대개 산길이나 들길에서 마주치게 된다. 또한, 민간에서는 음력 정월 14일 밤과 상원날 밤에 도깨비불을 보아 그해 농사의 흉년과 풍년을 점치기도 한다.

도깨비들이 불을 켜고 왕래한다는 그날 밤에 도깨비불이 동에서 서로 가면 풍년이고 서에서 동으로 가면 흉년의 징조라고 해석한다. 이때 도깨비는 정체를 잘 드러내지 않으나 걸음이 빨라서 넓은 들을 순식간에 건너간다. 도깨비는 변화무쌍하고 신출귀몰해서 형체가 일정하지 않고 다양하다. 어린이·거인·노인·총각·처녀 등의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며, 차일(遮日)도깨비는 차일처럼 넓게 생겼는데, 하늘에서 사람의 머리 위를 덮어씌운다고 한다.

불을 켜고 다니는 등불도깨비, 굴러다니는 달걀도깨비, 멍석도깨비, 홑이불도깨비 등과 같이 그 모양과 생김새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사람이 죽은 다음 그 영혼이 변해서 되는 귀신과는 달리, 도깨비는 나무·돌 등의 자연물이 변해서 되고 산과 들에서 흔히 나타난다. 또한, 도깨비를 만나는 사람에 따라 도깨비의 종류도 달라지게 된다.

도깨비는 자연물이나 사람이 쓰던 물건이 변하여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밤길을 가다가 도깨비가 나타나 심술을 부리기에 칡덩굴로 묶어놓고 다음날 가보았더니 헌 빗자루 하나가 묶여 있었다는 이야기나, 나그네가 밤길을 가다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깨어보니 부지깽이 하나를 안고 누워 있었다는 이야기가 그러한 예화이다.

장계이(張繼弛)의 ≪해동잡록 海東雜錄≫에 의하면 도깨비는 산과 바다의 음령(陰靈)한 기운이며, 풀·나무·흙·돌의 정기가 변해서 된 것이라 한다. 옛 문헌에 망량은 물도깨비·산도깨비·목석괴(木石怪)를 가리킨 것이고, 양매(魎魅)는 다리가 하나인 도깨비, 이매(魑魅)는 산속의 이기(異氣)에서 생긴 도깨비를 가리킨 것이다.

이와 같이, 도깨비는 한편으로는 자연물이 변해서 되는 경우와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이 사용하던 것이 변해서 되는 경우가 있는데, 후자의 예는 빗자루와 부지깽이 이외에도 짚신·절굿공이·체·키·솥, 깨어진 그릇, 방석 등과 같이 사람의 손때가 묻은 것과 여성의 혈액이 묻었던 것이 대부분이어서, 시골에서는 그러한 물건은 불에 태우는 일이 많다.

도깨비가 사는 곳은 일정하지가 않으나, 들판·산길·계곡·절간이나 헌 집 등에 흔히 나타나고 있으므로 거처도 그러한 곳이라고 여겨진다. 도깨비는 음기(陰氣)의 영이고 음귀라고 불리고 있는 만큼, 음침하고 그늘진 곳에 거처하고 있다가 사람이 좀처럼 내왕하지 않는 곳이나 야음에 나타난다. 어쩌다 장날 장터 복판에 나타나는 수도 있으나 그러한 일은 매우 드물다.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 영감 이야기는 산 속에 있는 헌 집에서 발생한 사건이며, 골짜기가 깊고 숲이 우거져 있으며 개울물이 흐르는 곳에서 나타난 도깨비 이야기와 수백 년 묵은 고목이나 거대한 바위, 절벽 아래에서 나타난 도깨비 이야기가 많다.

특히, 큰 나무는 귀중(鬼衆)이 모이는 곳으로 되어 있어, 거목의 죽은 가지는 베지도 않고 아궁이에 때지도 않는다. 사용하지 않는 우물에도 흔히 도깨비가 모이며,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 광야나 덤불 숲도 도깨비의 거처가 된다.

도깨비는 음귀인 까닭에 어두운 때나 밤에 주로 나타난다. 낮이라 하여도 궂은비가 부슬부슬 내려 어두컴컴한 때 나타나기 때문에, 속담에 ‘도깨비 놀기 좋은 날이다.’, ‘김서방 올 것 같은 날이다.’라는 뜻은 궂은 날을 가리킨다. 도깨비가 아는 사람의 성은 김서방 밖에 없기 때문에 도깨비를 ‘김서방’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처럼 비오거나 안개낀 날과 같이 궂은 날과 야음에 주로 활동하다가 새벽이 되어 닭이 울면 활동을 멈추고 사라진다. 닭의 울음은 날이 밝아온다는 것을 가리키기 때문에 도깨비뿐만 아니라 모든 음귀들이 밝은 것을 피하는 것이다.

도깨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심술궂은 장난을 매우 즐긴다는 점이다. 예컨대, 장에 갔다오는 사람에게 씨름을 청하여 하나뿐인 다리 때문에 자꾸 져도 끈질기게 덤비는 이야기라든지, 잔치가 벌어진 어느 집에 나타나 솥뚜껑을 솥 안에 우그러뜨리고 황소를 지붕 위에 올려놓았다는 이야기는 도깨비의 심술됨을 나타내고 있다.

둘째, 꾀가 없고 미련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깨비의 미련함을 이용하여 재물을 얻거나 이득을 보기도 한다. 혹 때문에 노래를 잘 한다 하여 보물방망이를 혹과 바꾼 이야기, 도토리를 깨물어 나는 소리를 집 무너지는 소리인 줄 알고 도망친 도깨비 이야기, 한번 돈을 꾸어주었더니 매일 저녁 꾼 돈을 가져와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러한 예화이다.

셋째, 꾼 돈 갚은 도깨비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비록 미련함과 건망증이 심한 도깨비이지만 빌린 돈을 갚을 줄 아는 윤리성이 있다는 특징이 있다. 도깨비가 실수를 깨닫고 화가 나서 사람이 싫어하는 일을 함으로써 심술을 부리려고 하였지만, 영악한 인간에게 또 속아넘어가는 순진함을 지니고 있다.

넷째, 노래와 춤을 즐기고 놀이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인 영감 이야기’에서처럼 흥겨운 가무를 즐기며, 씨름과 놀이에 끈질기게 몰두한다. 이밖에도 제주도의 경우, 도깨비신인 영감은 돼지고기나 수수범벅, 그리고 소주 등을 즐겨 먹으며, 또한 해녀나 과부 등 미녀를 좋아하여 같이 살자고 따라붙어 병을 주거나 밤에 몰래 여자방을 드나들기도 한다.

이 신의 범접으로 병이 났을 때 치료를 위한 굿으로 ‘영감놀이’를 행하는데, 이때 제상에는 영감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놓는다. 이와 같이, 도깨비도 인간과 같은 성정을 지니고 있어 희로애락을 모두 느끼며, 특히 기쁘고 즐거운 일에 몰두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도깨비는 변화무쌍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체가 될 수도 있고,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서 초인간적인 괴력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기도 하고 청상과부로 변하여 소복을 입고 나타나는 등 여러 형체로 변한다. 그래서 도깨비는 한가지 모습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 일정한 형태로 묘사할 수가 없다.

때로는 투명체가 되어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는데, 도깨비감투나 등거리를 얻어 착용하면 사람도 눈에 보이지 않게 된다고 한다. 예컨대, 어떤 사람이 도깨비의 등거리를 얻어 입고 시장에 드나들면서 물건을 집어가고 돈도 가져오는 등 재미를 보았는데, 사람들은 물건이 저절로 없어지고 돈이 없어진다고 야단법석이었지만, 등거리를 얻어 입은 사람은 계속 심술궂은 장난을 계속하였다.

그러다가 인파 속을 지나치면서 그만 등거리를 태우게 되어 빨간 헝겊으로 기운 것이 화근이 되어 결국은 잡히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그러한 예화이다. 또한, ‘도깨비방망이 이야기’에서처럼 도깨비는 사람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마련해줄 수 있는 신통력이나 그러한 물건을 지니고 있다.

≪삼국유사≫의 <비형설화 鼻荊說話>는 도깨비의 초인간적 능력을 잘 나타내어주는 것으로 문헌에 기록된 최초의 도깨비 이야기이다. 신라 진평왕 때 비형은 도깨비의 두목으로 하룻밤 사이에 신원사(神元寺) 북쪽 도랑에 큰 다리를 놓아 다리이름을 귀교(鬼橋)라고 붙였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연못을 평지로 만들고 육지를 바다로 만드는 능력도 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도깨비 대동강 건너듯’이라는 속담도 있는 것처럼 큰 바다 위를 걸어서 건너간다고도 한다. 경상북도 청송군에서는 도깨비다리라고 하는 돌다리가 냇가에 걸려 있는데, 물이 넘치기만 하면 무너질 듯이 보이지만 홍수가 나도 아무렇지도 않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 이유를 도깨비들이 나타나 떠내려가고 있는 다리를 밤새 제자리로 원상복구해 놓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이러한 초인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는 도깨비는 제주도의 경우 신격화되어 집안의 수호신인 ‘일월조상’, 어선의 선신(船神), 대장간의 신, 그리고 마을의 당신(堂神)으로 모셔져 수호신으로 기능하기도 하였다.

도깨비는 한국인의 의식 속에 살아 있어서 물질적 욕구충족의 영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러 다른 민족이 제각기 설정하고 있는 초자연적 존재와 유사하면서도 나름대로의 독특한 성격을 지닌 도깨비를 산출한 것은 한국인 사유의 특징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도깨비는 귀신처럼 악독하게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 결국에는 원만한 해결과 권선징악이 보장된 바탕 아래서 밉지 않은 심술을 부릴 뿐이다.

도깨비가 지닌 초자연적 신통력은 결국 인간에게 유익하게 이용된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이루고 있지 못한 소원을 성취하고 싶은 생각, 가령 돈을 벌고 싶고 큰 권력을 잡고 싶고 좋은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 좋은 집에서 호의호식하고 싶은 생각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여의하지 않게 마련이다. 여기에서 사람들은 도깨비를 믿음으로써 부분적으로 그러한 욕망과 소원을 충족시키게 된 것으로 보인다. 도깨비신앙은 이러한 일반적 기능 이외 한민족의 사고방식과 인생관·우주관을 살펴볼 수 있게 하는 좋은 자료가 되고 있다.

참고문헌

「한국의 도깨비」(임석재·진홍섭·임동권·이부영, 『국립민속박물관총서』 1, 열화당, 1981)
「한국의 도깨비 연구」(김종대, 국학자료원, 1994)
『朝鮮の鬼神』(村山智順, 朝鮮總督府, 1929)
「도깨비고」(임동권, 『한국민속학논고』, 집문당, 1971)
「한국도깨비담의 형성·변화와 구조에 관한 연구」(강은해, 서강대학교박사학위논문, 1985)
집필자
임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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