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경놀이」의 전반부는 대화로 전개되지만 후반부는 지시하는 말(노래)에 의한 행위로 전개된다. 작은 무당이나 주된 무당이 먼저 서두를 꺼내면 그 행위를 연출하는 식이다. 예컨대 사설로 “자, 베자.”하면 작은 무당들이 베는 시늉을 하고, 그 다음 “묶으자.”하면 작은 무당들이 묶는 시늉을 하는 식이다. 전반부는 팽돌이가 농사를 짓게 된 사연을 연극적으로 보여주고, 후반부는 농사짓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세분하여 실제 연기한다.
주된 무당이 「세경놀이」를 한다고 아뢰는 사설을 하면서 「세경놀이」를 시작한다. 여인으로 분장한 작은 무당이 등장하여 배가 아프다고 한다. 여인과 주된 무당, 작은 무당 간에 대화가 전개되면서 여인이 배가 아픈 이유가 밝혀진다. 여인은 시집살이가 싫어 도망치다가 건달 총각과 정을 통해 임신했는데, 출산할 때가 된 것이다. 여인은 아이를 낳는데, 이때 미리 배에 감아 묶어 두었던 병 하나를 내놓은 것으로 출산을 표현한다. 태어난 아이에게 '팽돌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공부를 시켜보는데 아이가 잘하지 못하자 농사를 짓게 한다.
팽돌이는 씨를 뿌리고 밭을 밟고 김을 매고 익은 조를 거두어 묶고, 곡식을 마소에 실어 운반해 가며 농사를 짓고, 빚을 갚고도 남은 곡식은 광에 저장한다. 작은 무당들은 필요에 따라 암소가 되기도 하면서 밭을 갈고 돌을 고르는 등 소리와 재담을 통해 밭농사의 과정을 재현한다.
의례적 성격과는 별개로 놀이는 즐겁게 연행되어, 해학성이나 유희성을 띤다. 잦은 언어 유희나 성적 표현, 일상의 힘겨운 노동을 흥겨운 놀이로 전환하는 방식 등이 특징이다.
풍농 의례에서 연행되는 모의적 출산 행위는 농경의 풍요를 기원하고자 하는 유감 주술(類感呪術)로 이해되곤 한다. 들에서 임신하여 팽돌이를 낳았다는 「세경놀이」의 전반부 역시 이런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밭농사가 제주 농업의 중심에서 밀려나면서 「세경놀이」 역시 의례 공간을 잃어가고 있지만, 「세경본풀이」와 함께 밭농사를 주로 짓는 제주의 풍농 기원 의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