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무속에서 무녀들이 흰 한지(韓紙)를 태우는데, 무속뿐만 아니라 유교적 동제에서도 소지를 한다. 유교식 제사에서도 신위를 불사르고 있으나 이것을 소지라고는 할 수 없다. 소지라면 일정한 의미와 형식이 있어야 한다. 소지라는 말은 ‘종이를 태우는 행위’와 ‘태울 종이’를 말한다.
‘소지한다’, ‘소지를 올린다’라고 할 경우는 전자이고, ‘소지 몇 장’이라 할 때에는 후자가 된다. 후자를 명확히 구별하기 위해서는 ‘한지종이’라고 한다. 소지는 한지를 사용하며 색이 희고 깨끗해야 하며, 이전에는 전용종이가 있었으나 요즈음은 창호지용 한지면 된다. 사용한 종이는 부정(不淨)해서 사용하지 않고 새로운 것이라야 한다.
사용하기 전에 굿당(굿청)의 제단 위에 놓아두었다가 사용한다. 사용할 때에는 일단 종이를 소지용으로 재단하여 사용하는데 두세 번 접어서 세로 50㎝, 가로 15㎝ 정도 되게 만든다. 무녀가 축원이나 덕담(德談)을 한 뒤에 소지의 아랫부분을 쥐고 윗부분에 불을 붙여 잘 타도록 든다.
차츰 밑으로 타 들어오면 젓가락으로 집어서 최후까지 전부 태운다. 불이 잘 타지 않고 불꽃이 좋지 않거나, 타지 않고 남으면 운이 좋지 않다고 한다. 불꽃이 위로 솟고 재도 공중 높이 날아가야 좋으며, 완전연소가 좋은 의미를 가진다. 무녀가 소지하는 경우는 부정한 장소를 가시기 위해서 소지를 올리거나 신의 의사를 점치고자 할 때, 또 신에게 기원할 때 소지를 올린다.
굿을 하기 전에 무녀가 소지종이에 불을 붙여 가지고 굿당 안을 둘러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부정을 가려서 신성한 장소로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굿거리를 마치는 단계에서 소지를 올리는 것은 신의 의사, 즉 굿의 효험이 있는가를 점치는 것이고, 또 식구수대로 축원하며 소지를 올리는 것은 신에게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동제에서 제관이 ‘동소지(洞燒紙)’라 하여 동네 전체를 위하여 축원 · 덕담을 하면서 올리는 것 또한 신에게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기원할 경우 소지 한 장이 개인을 단위로 할 경우도 있으나 가족이나 동민 전체가 단위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소지의 기원단위는 매우 융통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소지는 단순히 종이를 태우는 것이 아니고 어떤 물질을 신에게 바친다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보이지 않는 신에게 물질 그 자체를 바치는 것은 인간 중심의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신에게는 보이지 않는 것을 바친다는 사고구조에서 소지의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종이 자체는 물질이지만 종이를 태움으로써 물질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의 승화를 통하여 신에게 바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한국 무속에서는 소지를 통하여 물질을 바친다는 생각은 중국이나 오키나와에 비하여 약하다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제사 때에 신위를 불사르는 것은 소지라는 의미도 있기는 하나 신위를 정결하게 소멸시키는 뜻이 강하고, 무속에서와 같은 소지의 의미는 약하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소지는 화학적 변화를 가지고 종교적 · 신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