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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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문자
개념
일부의 언어형식이 대부분의 언어 형식이 갖는 특색에서 벗어날 경우에 다수의 언어형식의 특색에 맞도록 바꾸거나 새로운 언어형식을 만들어내는 심리적 과정을 가리키는 언어학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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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일부의 언어형식이 대부분의 언어 형식이 갖는 특색에서 벗어날 경우에 다수의 언어형식의 특색에 맞도록 바꾸거나 새로운 언어형식을 만들어내는 심리적 과정을 가리키는 언어학용어.
내용

전자와 같이 이미 존재하는 언어형식에 변화가 일어난 경우를 유추적 변화라 하고, 후자와 같이 새로운 언어형식을 만들어내는 경우를 유추적 창조라 하며, 이렇게 하여 생긴 언어형식을 유추형(analogical form)이라 한다.

가령, 젊은 세대에서 ‘가거라, 오너라’ 대신 ‘가라, 와라’ 등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다른 동사의 명령형의 어미가 ‘-아라·어라’인 데 반하여, ‘가다, 오다’의 경우에만 ‘-거라, -너라’의 불규칙어미를 취하는 것을 다른 규칙동사에 맞게 ‘-아라·어라’형의 명령형어미를 붙인 것이다.

유추는 일반적으로 비례4항식(比例四項式)으로 표시하게 되는데, ‘가라’형이 생기게 된 연유를 다음과 같이 표시할 수 있다.

본다 : 보아라=간다 : x, x=가아라(가라).

언어변화를 설명하는 전통적 방법으로 유추는 음운변화·차용(借用)과 함께 세 가지 중요개념이다. 이것은 인간의 심리작용의 한 근저로서의 연상에 의한 것인데, 음운변화의 결과로 생긴 ‘불규칙적’인 형태들을 ‘규칙적’인 것으로 만드는 작용을 한다.

중세국어에서 ‘알-거늘[知]’이 ‘알-어늘’로 나타나는데, 이것은 ‘ㄹ’ 뒤의 ‘-거-’가 ‘-어-’로 변하는 음운변화의 결과이나, 이것이 근대국어에 와서 ‘알거늘’로 된 것은 다른 많은 어간 뒤의 ‘-거-’에의 유추에 의한 것이다.

‘덥다[暑]’와 같은 ‘ㅂ’변칙용언의 어간 ‘덥-’은 중세국어에서 ‘덥다, 덥고, 더ᄫᅳ니, 더ᄫᅥ’와 같이 활용하여 각 활용형이 ‘덥-’이라는 공통된 어간을 중심으로 연합군을 이루어 잘 결속되어 있었다.

그런데 ‘○’의 소멸과 함께 ‘덥다, 덥고, 더우니, 더워’로 변하자, 이와 같은 결속이 크게 흔들려 ‘덥다, 덥고’가 ‘더웁다, 더웁고’로 변하는 일이 있는데, 이것은 오히려 ‘덥다’의 변칙활용형인 ‘더우니, 더워’의 변칙어간 ‘더우-’의 유추에 의한 것이다.

이처럼 음운변화가 문법형태들의 특징을 깨뜨려 문법체계를 파괴하는 데 대항하여, 유추는 그것을 새로이 건설하는 작용을 하여 문법형 통일의 원동력이 되어왔다. 이같은 유추현상을 특히 평준화(平準化, leveling)라 일컫는다.

평준화 유추의 대상은 문법적인 굴절(屈折, inflection)에서 많이 나타난다. 이것은 어떠한 언어형식의 연합군 가운데 가장 긴밀히 결속되어 있는 것이 용언의 활용형으로, 이 활용형들은 어떠한 공통된 부분(어간)을 바꾸지 않으려 하고, 만일 이 결속을 깨뜨리는 현상이 나타나면 연합군의 각 구성원은 그 결속된 힘으로 이에 반항하게 되며, 만일 그러한 사실이 이미 존재하면 이것을 고치려 하기 때문이다.

평준화 유추의 대상은 의미론적으로 연합군을 이루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15세기국어에서 날짜의 명칭은 ‘ᄒᆞᄅᆞ, 이틀, 사ᄋᆞᆯ, 나ᄋᆞᆯ……’ 등으로 되어 있으나, 16세기에 들어오면서 ‘사ᄋᆞᆯ, 나ᄋᆞᆯ’ 대신에 ‘사ᄒᆞᆯ, 나ᄒᆞᆯ’의 형태가 나오는데, 이것은 ‘이틀’ 즉 ‘+흘’에의 유추에 의한 것으로, 소수의 불규칙한 형태가 다수의 규칙적인 형태에 이끌리는 대부분의 경우와는 반대로 다수의 규칙적인 형태가 소수의 불규칙한 형태에 이끌린 경우이다.

반대어의 경우도 그에 맞서 있는 성격 때문에 의미론적인 연합군을 형성하게 되는데, 중세국어의 ‘하나비[老父]’가 ‘하라비(할아비)’로 변한 것은 이 말의 반대어인 ‘할미[老婦]’에 유추된 것이며, ‘그르다[誤]’를 ‘긇다’라고 하는 일이 흔히 있는데, 이것도 그 반대어인 ‘옳다[正]’에 유추된 것이다.

이와 같이, 유추되는 중에는 단어가 역조성(逆造成, back formation)되는 경우도 있다. ‘점잖다’는 ‘젊지 아니하다’가 ‘젊쟎다>점잖다’의 과정을 거쳐 축약되어 생긴 말로, ‘점잔(을) 부리다’, ‘점잔(을) 빼다’와 같이 따로 분석될 수 없는 말이다.

그런데 ‘얌전하다, 거만하다’ 등과 함께 몸가짐을 형용하는 의미론적 공통성 때문에 ‘얌전(을) 부리다, 얌전(을) 빼다, 거만(을) 부리다’ 등과 같이 ‘얌전, 거만’이 명사로 쓰이는 것에 잘못 유추되어 ‘점잔’이 역조성된 것으로 설명된다.

경상도말의 ‘쪼가르다’는 ‘잘게 나눈다’는 뜻으로 ‘쪼개다’의 ‘쪼-’와 ‘가르다’를 합쳐서 만든 말인데, ‘쪼개다’라는 말과 ‘가르다’라는 말의 뜻이 비슷하기 때문에 두 말이 동시에 연상된 데에 유추한 것으로, 이러한 것을 혼태(混態, contamination 혹은 blending)라고 한다. 역조성이나 혼태는 지금까지 없던 새 단어를 만들어 어휘를 추가시킨다는 점에서 그 구실이 비슷하다.

이 밖에도 유추는 혼종어(混種語, hybrid)를 형성하기도 하며, 민간어원설(民間語源說, folk etymology)을 성립시키기도 한다. 또한, 유추는 어린이나 외국어 학습자들의 언어습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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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utgesetz und Analogie(Hermann,E.,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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