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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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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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희(崔明姬)가 지은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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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최명희(崔明姬)가 지은 장편소설.
내용

최명희(崔明姬)가 지은 장편소설. 1981년 ‘『동아일보』 창간 60주년기념 장편소설공모’에 제1부가 당선되어 세상에 처음 선을 보였다.

1988년 9월부터 제2부가 월간 ≪신동아≫에 연재되기 시작하여 1995년 10월까지 만 7년 2개월 동안 계속되어, 국내 월간지 사상 최장기 연재기록을 수립하기도 하였다. 그런 가운데 1990년 12월에 제1부와 제2부가 네 권 분량으로 한길사에서 출간하였다.

이후 ≪신동아≫ 연재 부분과 새로 집필한 부분이 더해지고 기존 출간 부분도 대폭 수정 보완되어, 최종적으로 1996년 12월에 전 5부 10권으로 한길사에서 출간하였다.

이후 작가는 지병인 암이 악화되어 투병하던 중에도 제5부 이후 부분을 구상하고 자료를 정리하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끝내 집필하지 못하고 타계하여, 1996년에 간행된 판이 최종본이 되었다.

이 소설의 중심 이야기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를 지나는 동안 남원의 매안 마을과 거멍굴을 중심으로, 매안 이씨 가문의 삼대를 이루는 청암 부인과 그 아들 이기채 부부, 손자 이강모·허효원 부부, 그리고 거멍굴 천민인 춘복이 등이 주요 인물이 되어 펼쳐진다. 이야기는 강모와 효원의 혼례 장면을 기술한 것으로 시작된다.

둘의 결혼생활이 순탄치는 않으리라는, 예사롭지 않은 전조가 드러나는데, 실로 신부는 초야를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수모를 당한다. 그도 그럴 것은 신랑 강모가 사촌누이 강실이와 상피(相避)를 범하며 비극적 사랑을 하던 터이다.

급기야 강모는 방황 끝에 만주행을 결행하고, 효원은 외로이 공규(空閨)를 지키며 매안 이씨 가문을 이끌어 가야 하는 비극적 운명을 시할머니 청암 부인으로부터 이어받는다.

청암 부인은 청상과부로서, 쓰러져 가는 가문을 일으키며 대단한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인물로서, 매안 뿐만 아니라 민촌 거멍굴 사람들에게도 신임이 두텁다. 그런데 그의 죽음을 전기로, 그간 잠재되었던 반상(班常)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격동기에 힘을 잃어 가는 가문을 되살릴 책무가 효원에게 부여되기에 이른 것이다.

한편 거멍굴 천민들을 대표하는 인물인 춘복이는 ‘변동천하’를 꿈꾸며, 양반가 처자 강실이를 사모하여 자신의 아이를 수태시키는 상징적인 행위를 행동에 옮긴다. 결국 이 때문에 강실이는 곤경에 처하게 되는데, 효원의 도움으로 이를 모면하는 듯 사건이 진행된다.

소설이 미완인 상황이라 사건의 전모를 이 이상 가늠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 소설의 이야기가 이런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만은 아닌 터라 그 줄거리를 단언할 수는 없다. 그 줄기에서 확산된 이야기의 분량과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사건 중심인 여느 소설과는 다른 서사구성과 서사기법을 구사하고 있다. 민속과 문화에 대한 정보를 직접 기술하거나 형상화의 모티프로 삼은 대목이 빈발할 뿐만 아니라, 문서나 전적(典籍)이 인용되고 설화나 민요, 판소리 대목 등이 인용되기도 한다. 사상과 철리(哲理)를 담론한 대목들도 종종 눈에 띈다.

그러면서 이야기는 곧잘 곁가지를 뻗어간다. 결국 이 작품은 소설 장르를 넘어서는 듯 보이기도 하는데, 사실은 단선적 플롯을 취한 소설과 다른 양상일 뿐, 일견 소설의 본질적 산문 양식에 더 적확(的確)한 것이라 하는 게 타당하다. 특히 여러 담론을 융해하는 과정에 적용된 시점이나 구성의 역학이 돋보인다.

물론 세심하게 다듬은 문장 하나 하나가 소설의 문체미학을 한 차원 드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가 하면 민족지적 풍모를 지닌 담론의 수준이 높이 평가될 만하다. 소설이 단순히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기술하는 장르가 아니라는 점을 이 작품은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참고문헌

『혼불』(최명희, 한길사, 1996)
『혼불읽기·문화읽기』(장일구, 한길사, 1999)
「현대문학이론연구 제12집-특집 : 최명희 추모 1주년 전국 학술대회 발표 논문」(현대문학이론학회,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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