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형 A5판, 76면. 1941년 남만서고(南蠻書庫)에서 간행하였다. 발행인은 오장환(吳章煥), 인쇄인은 조인목(趙仁穆)이다. 작자의 첫 시집으로 총 24편의 작품을 5부로 나누어 수록하였고, 말미에는 김상원(金相瑗)의 발문이 있다.
제1부 ‘자화상(自畫像)’에는 같은 제목의 시 1편, 제2부 ‘화사’에는 「화사」 · 「문둥이」 · 「대낮」 · 「입마춤」 · 「가시내」 등 8편, 제3부 ‘노래’에는 「수대동시(水帶洞詩)」 · 「봄」 · 「서름의 강(江)물」 · 「벽(壁)」 · 「부흥이」 등 7편, 제4부 ‘지귀도시(地歸島詩)’에는 「정오(正午)의 언덕에서」 · 「고을나(高乙那)의 딸」 · 「웅계(雄鷄) 상(上)」 · 「웅계 하」 등 4편, 제5부 ‘문(門)’에는 「바다」 · 「문(門)」 · 「서풍부(西風賦)」 · 「부활」 등 4편이 각각 실려 있다.
이 시집에 수록한 시편들은 1935년에서 1940년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서정주의 초기 시에 해당한다. “우리들의 중심과제는 ‘생명’의 탐구와 이것의 집중적 표현에 있다.”라고 시인부락 동인시절을 회고한 서정주 자신의 말과도 같이 『화사집』의 시편들은 인간의 숭고한 생명상태를 노래한 것이다.
서두의 시 「자화상」은 자전적인 시로서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병든 수캐마냥 헐덕어리며” 스물세 해 동안을 바람 속에서 자라왔다는 것을 중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종의 아들’이라는 굴욕감과 바람 속에서 살아온 유랑의 생활, 죄인이나 천치 등은 모두 현대인의 비극적 상황을 상징한다. 대표작의 하나인 「화사」는 꽃뱀을 통하여 생명의 근원을 탐구하고 내면화한 작품으로서 여기에서의 꽃뱀은 시인 자신의 ‘존재의 거울’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보들레르(Baudelaire,C.P.) 등 프랑스의 상징파 시인과 같은 서구적인 표현 형태를 실험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화사집』 전편에 나타난 시적 특징은 치욕과 천치와 마약과 나체 등으로 표현된 강렬한 생명을 그 어떤 윤리적 · 도덕적인 제약을 받지 않고 정욕과 육체의 백열상태(白熱狀態)로 끌어올렸다는 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