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5판형. 84면. 한국시인협회 간행으로 1970년 10월 30일에 문원사(文苑社)에서 발행하였다.
서문은 없고 책의 끝에 시인의 약연보(略年譜)가 있고, 출판사항 뒷 장에 한국시인협회의 간행사가 실려 있다.
‘아가의 방’에 「서장」외 18편, ‘한마리새’에 「한마리새」외 6편 등 모두 26편이 수록되어 있다.
『아가의 방』은 작자의 세 번째 시집으로, 후기시의 경향을 지니고 있다. 『카오스의 사족』, 『여백을 위한 서정』 등에 실린 초기의 시들이 전쟁으로 인한 상처와 고통을 주로 그리고 있는데 비해, 『아가의 방』에 실린 후기시들은 ‘아가’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의지를 보여준다.
시집의 첫머리에 놓인 「서장」에서 작자는 ‘메아리는 귀를 세워/기다리고 있었다/소리는 빛을 몰고/다가오고 있었다/(중략)/아가는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긴 회랑을 돌아/화살짓는 빛소리/문은 내 앞에/비로소 열리고 있었다’고 함으로써 어둠을 몰아내는 빛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다. 여기에서 ‘아가’는 빛을 기다리는 존재로 형상화되는데, 「수면의 숲 누비는」,「금실로 새벽으로 수놓는다」에서도 아가와 빛의 관계가 동일하게 묘사되고 있다.
한편, 「나비의 여행」에서는 순수한 꿈을 간직한 ‘아가’가 밤마다 길을 떠나지만 현실세계에 부딪쳐 지쳐 돌아오는 고통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아가’가 겪는 시련과 고통은 전쟁 후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 시에서 시인은 ‘아가’와 ‘나비’를 연약한 존재의 상징으로 형상화하고, 이들이 평화를 누리며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하겠다.
시집『아가의 방』의 기본 심상인 ‘아가’는 연약한 존재인 동시에 원초적인 생명력의 상징이며 미래지향적인 힘의 근원이라고 하겠다. 이 작품집을 전후로 하여 작가의 의식이 초기의 부정적인 현실인식에서 긍정적인 휴머니즘으로 그 시각이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이 시집은 현실참여시가 범람하던 1970년대에 전통서정시, 휴머니즘시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주었다는 점에서 시사적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