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불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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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개념
부처를 선발하는 도량이라는 뜻으로 승과고시의 과장이나 사찰의 승당이나 선방을 가리키는 불교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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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부처를 선발하는 도량이라는 뜻으로 승과고시의 과장이나 사찰의 승당이나 선방을 가리키는 불교용어.
개설

선불장은 선불도량(選佛道場) 또는 선불당(選佛堂)이라고도 한다. 승려들은 부처나 조사가 되기 위하여 좌선 등의 수행을 하는데, 이러한 수행 자체를 ‘선불’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내용

선불장의 유래에 대해서는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4 「단하천연전(丹霞天然傳)」에 실려 있는 중국의 선승 단하 천연(739~824)과 관계된 내용이 유명하다. 본래 유학을 공부하던 천연선사는 과거시험 응시를 위해 장안으로 가던 도중 한 여관에서 자다가 밝은 빛이 방에 가득 차는 꿈을 꾸었다. 천연은 꿈을 풀어주는 사람으로부터 그 꿈은 공을 깨닫는[解空] 상서로운 조짐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후 길에서 우연히 어떤 선객(禪客)을 만났다. 그 선객이 ‘당신은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묻자, 천연은 ‘관리 뽑는 시험을 보러 갑니다’라고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그 선객이 ‘관리 뽑는 시험이 어찌 부처 뽑는 시험만 하겠습니까?’라는 말을 하였다. 천연은 그 말이 궁금하여 다시 ‘부처 뽑는 시험을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고 물었으며, 선객이 ‘지금 강서(江西)에서 마조 도일(馬祖道一: 709~788) 대사가 세상에 나와 법을 설하고 있습니다. 그곳이 부처를 뽑는 시험장이니 그곳에 가보도록 하십시오’라는 말을 듣고 마침내 곧바로 강서로 갔다는 내용이다.

방(龐) 거사(?~808) 역시 천연처럼 과거시험을 포기하고 도일의 문하에서 깨달음을 얻은 인물이다. 중국 거사불교를 대표하는 인물로 손꼽히는 방 거사는 선불장과 관련하여 매우 유명한 게송을 남겼는데, “시방에서 대중들이 함께 모여, 저마다 무위의 법을 배우네. 이곳은 부처를 뽑는 선불장, 마음이 공(空)해 급제하여 돌아가네(十方同聚會 箇箇學無爲 此是選佛場 心空及第歸).”라는 내용이다. 이 게송의 내용을 통해 당시 지식인들은 선불장에서의 급제와 관리를 뽑는 과거시험에서의 급제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살필 수 있다. 이 게송은 이후 선불장의 의미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문구로 자주 인용되어오고 있다.

천연과 방 거사의 예에서 보이는 것처럼, 도일은 8~9세기 당나라 젊은이들의 발걸음을 과거장이 아닌 선불장으로 향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당나라의 과거제도는 합격자를 미리 내정해 놓는 등의 각종 잡음을 일으키면서 심한 부패상을 드러내고 있었다. 도일의 선불장은 부패한 과거제도의 현실에 좌절한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가치를 실현하는 장소로 인기가 높았다. 젊은 인재들이 세속에서의 출세를 포기하고 승단에 귀의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당나라 시대의 불교는 중국에서 뿐 아니라 동아시아 한자문화권 불교 전체의 역사에서 최고의 발전을 구가했던 시기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불교의 역사에서 선불장이라는 용어는 크게 두 가지 의미로 통용되어 왔다.

첫째, 승과고시의 과장을 지칭하는 경우이다. 「갈양사혜거국사비」에는 혜거(惠居: 899~974)가 922년 “선운사(禪雲寺)의 선불장에 나아가 법단에 올라 법을 설하니 천상의 꽃이 이리저리 날렸다.”는 내용이 있으며, 「부석사원융국사비」에는 결응(決凝: 964~1053)이 “28세 때 선불장에 나아가 선발되었다”는 내용이 있다. 이들 내용으로 보면 10세기 고려 불교계에서 선불장은 승과고시를 치르는 과장으로 인식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인식은 고려후기까지 그대로 지속되었으며, 「운문사원응국사비」를 비롯하여 「보경사원진국사비」, 「인각사보각국사비」, 「동화사홍진국존비」, 「법주사자정국존비」 등에서 그와 같은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 한국 사찰의 승당(僧堂), 혹은 선방(禪房)을 지칭하는 경우이다. 승당은 승려들이 거처하는 공간인 요사와 구분되는 수행 공간인데, 한국 사찰의 승당에는 지금도 선불장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 곳이 많다. 선불장 이외에도 승당에는 수선당(修禪堂), 심검당(尋劒堂) 등의 다양한 현판이 걸려 있는데, 이것은 모두 승당은 바로 승려들이 수행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표현이라고 하겠다.

참고문헌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14 「단하천연전(丹霞天然傳)」
『가산불교대사림(伽山佛敎大辭林)』 권13(가산불교문화연구원, 2011)
집필자
김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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