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격은 유정물을 나타내는 체언이 무엇을 받는 자리에 있음을 보이는 격이다. 여격은 여격조사 ‘에게, 한테’ 등에 의해 실현되며 닿을자리라고도 한다. 서구 문법에서는 구체적인 의미가 없는 문법적 기능을 하는 격으로 분류되었다. 필모어에 와서는 동사에 따라 의미가 부여되는 격으로 인식되었다. 국어의 여격에 대한 인식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에게’가 ‘에’와 같기 때문에 여격을 처격의 하위범주로 보는 관점이다. 다른 관점에서는 ‘에’는 도달점을 ‘에게’는 수혜주를 의미므로 서로 다른 범주로 보고 있다.
여격은 여격조사 ‘에게’, ‘한테’ 등에 의해 실현된다.
최현배(1937/1961)에서는 곳 자리 토(處所格)를 다섯 가지로 분류했는데 여격은 그 중에 하나로 “일이나 몬의 있는데, 일어나는 데, 가는 데, 닿는 데와 같은 일정한 자리를 보이는 것을 닿는 데 곳 자리 토(落着點處所格助詞)라 하나니 : 그 닿는데(落着點)가 일몬(事物)(때, 곳을 머금음)일 적에는, ‘에, 가’ 쓰이고 ; 사람일 적에는 예사로는 ‘에게, 한테, 더러’가 쓰이고 높임(尊敬)으로는 “께”가 쓰히느니라.”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서 여격을 도착되는 자리로 보았으며 도착되는 곳이 사람일 적에 여격이라 칭하였다.
서구 문법에서 전통적으로 여격(dative)은 주격(nominative), 대격(또는 목적격, accusative), 속격(또는 소유격, genitive), 구격(또는 조격, instrumental), 공동격(comtative)과 함께 명사와 다른 성분과의 문법적 관계만을 보여 줄 뿐 어떠한 구체적인 의미를 나타내지 못하는 문법적 기능의 격의 하나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필모어(Fillmore)의 격문법(Case Grammar)에 이르러서는 의미적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문법 체계를 가지게 되어 행위자격(Agent), 도구격(Instrument), 여격(Dative), 작위격(Factitive), 처격(Locative), 대격(Objective)이라는 6개의 의미격이 설정되면서 여격은 동사의 의미역의 논항에 따라 격이 할당되는 의미격의 하나로 인식되었다.
일반적으로 학계에서 국어의 여격에 대한 인식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여격을 처격의 하위범주로 두어 처격의 의미 기능과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경향이다. 다른 하나는 처격과의 관련성은 인정하지만 독자적인 의미 기능이 있다고 판단하여 독립된 범주로 보려는 경향이다.
이익섭 ․ 채완(1999)에서는 ‘에게’가 처격조사 ‘에’와 깊은 관련을 가지는 조사라고 하면서 ‘에게’가 하는 일이 ‘에’와 하는 일과 완전히 일치하여 이들을 구분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하면서 “화초에 물을 주어라 / 목마른 사람들에게 물을 주어라”와 같은 예를 들면서 여격을 독립시키지 않고 처격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런 입장에 대해 유현경(2003)에서는 ‘철수가 꽃에 물을 주다가 말았다.’라는 예문과 ‘철수가 영희에게 책을 주다가 말았다.’라는 예문을 들면서 전자의 경우에는 ‘철수가 꽃에 물을 주었다.’라는 뜻이 포함된 반면 후자는 ‘철수가 영희에게 책을 주었다.’라는 뜻이 함의되지 않아 차이가 있다고 하면서 ‘에’는 도달점의 의미역을, ‘에게’는 수혜주의 의미역을 갖는다는 설명을 함으로써 처격과의 차별성을 밝혔다. 아울러 ‘에게’는 ‘를’과 ‘에’는 ‘로’와 결합할 수 없음(*영희가 철수에게를 갔다. / *영희가 학교에로 갔다)을 볼 수 있다고 하면서 이러한 차이는 ‘에게’와 ‘에’가 이형태 관계로서 같은 의미를 가진다고 했을 때 설명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여격의 개념을 ‘사물의 이동이나 생각의 전달 등에 있어서, 유정명사에 도착점으로서의 기능을 부여하고자 할 때, 유정명사에 부여되는 격’으로 설명하는 견해도 있다.
처격도 기본적 의미인 위치점과 확장적 의미인 도착점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위치점과 도착점의 대상이 유정물이냐 무정물이냐의 중요한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유정물이냐 무정물이냐의 차이뿐 아니라 이로 인해 ‘소유주의 변화’라는 새로운 의미 기능이 생겨난다는 점에서 단순한 차이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