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11월 10일부터 1918년 3월 15일까지에 걸쳐 76회에 걸쳐『매일신보』에 연재, 발표되었다. 이후 1922년 12일 20일 홍문당서점에서 단행본으로 발간되었으며, 1922년 4월에는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했다.
화학자 김성재(金性哉)는 대학 졸업 후 7년간이나 가산을 기울여가며 실험을 통한 연구에 몰두하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만 거듭한다. 거기에다 가산을 담보로 얻은 빚을 갚지 못하여 채권자 함사과에게 임시 차압을 당하자, 이에 격분한 아버지는 심화로 세상을 떠난다.
함사과나 그의 법률 대리인 이 변호사는 모두 예전부터 성재의 집안과 친교가 있고 인연이 깊은 사이지만, 이들은 성재의 호소를 외면하고 채무를 독촉하며 성재의 인격까지 모독한다. 아내마저 가난과 실의에 빠져 성재를 버리고 친정으로 가버린다.
한편, 성재의 연구에 가장 충실한 협조자였던 누이동생 성순은 집안에서 일방적으로 혼약을 정한 ‘변’이라는 청년을 거부하고, 역시 본인의 의사가 무시된 채 억지로 혼인한 화가이며 성재의 친구인 ‘민’과 열렬한 사랑에 빠져 혼인할 단계에까지 이른다.
그러나 혼인에 대한 성순의 적극성에 비하면 기혼자라는 민의 기존 윤리에 얽힌 소극성 때문에 두 사람의 결합이 난관에 부딪히자, 성순은 독약을 마시고 자살하게 된다.
이리하여 이 작품은 과학자로서의 개척자도, 그리고 기성 윤리의 타성을 깨뜨리려던 자유 애정 실천의 선구자도 모두 좌절되고 마는 것으로 끝난다. 결국, 「개척자」는 이 시기의 시대상의 단면을 그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발표된 그 당대에서는 드물었던 과학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실험과 발명에 몰두하는 젊은 과학도의 험난한 고투의 과정을 그린 의욕적인 작품이다. 또한, 국한문혼용체로 쓰였다는 점에서 한글체였던 전작품 「무정」보다 문체적으로 퇴보하였다는 비판의 지점도 있다.
그러나 작가의 이와 같은 의도는 작품의 전반에만 짙게 나타나 있을 뿐, 후반에서는 애정 문제가 주조를 이루었다. 그것도 기혼 남자와 미혼 처녀의 사랑에 얽힌 복잡한 사연으로, 작품의 주류가 바뀜에 따라 작품의 주제 및 구성에 통일성의 결여를 가져왔다.